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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으로 다가온 중처법 “구속되느니 사업 접어야 하나”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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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고층부 수색 작업을 위해 해체용 크레인의 와이어를 보강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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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를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최근 억대 비용을 치르고 법률자문을 받았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요즘 로펌과 컨설팅 업체에 쓰는 돈이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많다”며 “중소기업은 사주가 구속되면 회사가 문을 닫는 것과 같아 (비용 지출이) 도리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으론 공사 할 때마다 컨설팅을 받아야 할 판이다. 안전을 강화한다고 해놓고, 엉뚱한 돈만 쓰게 됐다. (중처법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법”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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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견기업선 “구속되느니 회사 접을 수도”



서울에 본사를 둔 토목업체 임원 김모씨도 요새 걱정이 많다. 정부에서 받은 안전보건 가이드북에 따라 자체적으로 안전지침을 만들었는데, 실제 적용하는데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예컨대 교통 신호수에 대한 안전 책임 문제가 그렇다. 이 회사가 도로 공사를 수주하고 교통 신호수와 계약하면 안전관리비가 반영된다. 그런데 맨홀 조사를 위해 제3자에게 용역을 주면 이때 인건비는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김씨는 “이럴 때 관리 책임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현장에선 ‘이러다 우리가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중처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국민정서가 악화하면서 대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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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중처법에 따르면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 같은 엄격한 처벌규정 때문에 현장에선 중대 산업재해로 기업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그나마 대응이 되겠지만 중소기업은 거의 속절없이 문을 닫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업 하다 구속되느니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대기업은 ‘오너 구하기’ 움직임



대기업이 체감하는 위기의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등은 지난달 사외 협력단 32개사 관계자들을 모아 중처법 강좌를 열었다.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대가(임금)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면 중처법이 적용돼서다.

상대적으로 재해가 많고, 오너 비중이 큰 건설사에선 대표이사 교체나 ‘최고안전보건책임자’(Chief Safety Officer·CSO) 선임이 유행처럼 번졌다. 삼성물산은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진 부사장급을 CSO로 세웠다. GS건설은 CSO로 사장급을 앉혔다.

일부 중견 건설업체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이른바 ‘오너 구하기’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시행도 전에 건설사의 책임 회피 움직임이 보인다”며 중처법 제정 이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오너인 김상수 한림건설 회장, 최은상 요진건설산업 부회장, 태기전 한신공영 부회장 등을 지목했다.

전문인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GS건설은 최근 두 자릿수의 현장 안전관리자를 모집한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쌍용건설도 안전관리 인력 충원에 나섰다. 업계에서 안전관리자는 ‘귀하신 몸’이 됐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안전 자격증 보유자를 상시 채용하고 있지만 대형사에서 싹쓸이하면서 인력 유출도 빈번하다”고 토로했다.

일단 인명 사고는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에 위험 상황에서 발동하는 작업중지권 사용을 권하는 사업장도 늘고 있다. 전승태 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그동안 기업들은 생산 손실을 우려해 작업중지권 발동을 꺼렸다”며 “이제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인력은 ‘귀하신 몸’



안전 투자와 인력 확충, 현장관리 강화에도 사고 가능성은 남아있다. 국내 한 엔지니어링 업체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사망사고가 0건이었는데 지난해 2건이 발생했다. 사실상 ‘1호 케이스’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답답해했다.

현장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기까지 하다. 예컨대 “외국인 같은 경우 언어 소통 문제가 심각하다”(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 “젊은 세대 중엔 작업 중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해 위험 요소가 크다”(이모 제조업 대표)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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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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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종태 대구경북주물사업협동조합 이사장(다산주철 대표)은 “주변을 살펴보면 직원 과실이 인명 사고의 8~9할을 차지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이물질이 들어가 손으로 건지려다 쓰러지거나 공장에 화재가 났는데 책임감 때문에 혼자서 불을 끄려고 했다가 다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이런 일이 과연 사장에게 책임을 지운다고 막을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로펌과 컨설팅, 일부 공무원만 ‘특수’



법 규정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 나온다. 지난 19일 경총이 주최한 중처법 포럼에 참석한 기업 임원들은 ▶환경미화나 경비‧식당 등 협력사의 안전보건 업무까지 책임져야 하나 ▶협력업체가 영업비밀 사유로 단독으로 작업하는 경우 원청업체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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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조기업 322개사 대상 실태 조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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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내용 상 입법보완이 필요한 부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와중에 주요 로펌은 중처법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하고, 전직 공무원 사이에선 재취업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중처법 특수’다. 한 대형 로펌 소속의 변호사는 “기업들에게 CSO를 임원으로 만들고,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안전 전담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사용하라고 컨설팅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도 불씨는 남아 있다. 김영기 화우 변호사는 “CSO가 있다고 해도 사업주 책임이 면제되는 게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검찰이나 법원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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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정식 시행을 앞두고 지난 21일 대검찰청에서 고용노동부와 대검찰청, 경찰청 간 수사기관 대책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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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아닌 예방이 목적 돼야”



전문가들은 중처법이 성공하려면 법 목적이 처벌이 아닌 ‘예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사회여론이나 국민감정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제언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은 안전경영 시스템이 미흡해 구조적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된다는 사실”이라며 “경영책임자가 산재 예방을 위해 적극 투자한다면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정부가 분명하게 제시해야 과도하게 팽배한 시장의 공포를 덜고, 법의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김경진·김경미·김원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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