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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이슈 차기 대선 경쟁

"與 내로남불" 두달만에 바닥 엎드린 이재명…D-44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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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 앞으로 더 잘할 뿐만 아니라, 많이 부족했다는 사과의 말씀을 겸해서 인사를 드릴까 한다.”

24일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 지역 공약발표’ 기자회견은 예정에 없던 사과의 큰절로 시작됐다. 이 후보를 따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 경기 지역 국회의원 30여 명도 5초 넘게 바닥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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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23일 오전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과 사과의 마음을 담아 큰절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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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절을 마친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들께서 기대하시는 바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개혁·진보 세력의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는 ‘공정’의 측면에서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폭이 넓지 못했다”며 민주당 정부의 ‘회전문 인사’에 대해서도 반성을 이어갔다.

그는 국민들의 ‘내로남불’ 질책을 언급하며 “저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집단은 이랬으니 우리가 더 낫지 않냐’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로 겸허한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맡겨진 권한을 행사하려 했는지, 의도와 다르게 그 뜻에 충분히 부합하지 못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큰절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 이후 정확히 두 달 만이다. 당시 이 후보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되고 혁신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홀로 큰절을 했다.



이재명 측근 ‘7인회’도 반성문…“일체 임명직 맡지 않을 것”



이 후보의 사과 직후엔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7인회’ 소속 의원들이 반성문을 썼다. 정성호·김병욱·김영진·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부에서도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진영 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오롯이 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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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이재명 후보의 측근 '7인회'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기 정부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진·김남국·문진석·김병욱·임종성 의원. 오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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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어 “과거 우리 정부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오고,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국정운영의 세력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국민이 선택해주실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선택 없는 임명직은 일체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회견엔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규민 전 의원을 제외한 ‘7인회’ 전원이 참석했다.

‘7인회’의 회견은 이 후보와 상의 없이 개최됐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이천에서 거리 연설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안타깝게도 함께 했던 분들이 결단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민들께서 조금이나마 우리가 반성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각오의 뜻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도층 마음 얻기 위한 쇄신…‘86 용퇴론’불붙나



이날 이 후보 측의 고강도 사과 발언은 대선을 44일 앞둔 시점의 승부수라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특히 야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패 원인으로 꼽던 ‘진영 인사’ 문제까지 이 후보가 거론한 것은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차별화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강도 높게 변화하고 혁신하겠다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다음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는 측면에선, 이전 정부와 자연스러운 차별화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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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경기도 이천시 이천중앙로문화의거리에서 열린 '메타버스, 이천 민심 속으로' 행사에 참석해 즉흥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연설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민들의 기대에 맞춰서 변화해야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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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선거 흐름에 따라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층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 이번 대선을 ‘100만표 내 박빙 싸움’으로 전망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약한 안 후보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양당이 모두 싫다고 하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민주당을 뼛속까지 갈아 바꾸는 게 필요하다”(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설명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향후 ‘세대교체론’에 힘이 실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83학번 출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586 용퇴론’을 언급하며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 본인이 무릎을 꿇고 측근들은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당 쇄신을 요구했다. 이젠 다른 의원들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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