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유럽 지도자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화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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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미군 8500명과 전함, 군용기를 동유럽에 배치하는 준비에 돌입했다. 유사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신속대응군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지도자들과의 화상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한 대(對)러시아 전열도 정비했다. 수출제재의 일환으로 이른바 ‘화웨이식 제재’ 카드도 검토한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무부 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자 미군 8500명을 대상으로 유럽 배치 대비 명령을 내렸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요 시 촉박한 통보에도 유럽에 배치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라며 "NATO가 필요로 할 경우 해당 미군 병력 대부분이 NATO 신속대응군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대비 명령을 받은 병력에는 전투여단,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부대 등이 포함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그간 ‘러시아를 도발하지 않는 전략’하에 미군 파병 등 군사 개입에 소극적이던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태세를 바꿀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인 셈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러시아 군대 10만명이 배치돼 언제든 군사적 충돌이 가능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NATO 회원국 동쪽 지역에 미군 수천 명이 배치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피하고 싶어한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NATO 역시 러시아에 대응해 동유럽에 추가 전투부대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덴마크, 스페인, 네덜란드 등 NATO 소속 유럽 국가들도 추가 병력과 자원을 보내기로 했다.
대러 수출 제재도 이어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복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푸틴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전략 산업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관련 제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앞서 중국 화웨이에 적용한 것과 동일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기업과의 직접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제3국의 기업이더라도 해당 제품에 미국의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 사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고강도 제재다. 이를 통해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을 끊어버렸던 것처럼 러시아의 공급망을 옥죄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금융 제재에 이어 이 같은 수출 통제가 더해질 경우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엄청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럽 동맹국과의 공동 대응을 재확인하며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해결 여지도 남겼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80분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화상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시아에 엄청난 후폭풍과 심각한 경제적 비용을 부과할 준비가 됐음을 확인했다"며 "지도자들은 외교적 해결책에 대한 공통의 희망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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