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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젠더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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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 달 10일 새벽 4시. 서울 남대문시장 내 국숫집 ‘훈이네’ 사장 손정애씨(72)가 영업 시작 전 앞치마를 동여매고 있다. 60세 이상 여성 인구 수(주민등록 기준)는 2021년 12월 기준 708만1185명. 많은 고령 여성들이 오늘도 일하는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준헌기자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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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여성들은 명함이 없다고 했다. 일을 쉰 적은 없다. 그들의 노동을 사회에서 ‘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전쟁부터 산업화, 외환·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대한민국 노인세대의 삶은 급속한 변화를 겪었다. 이 굴곡진 현대사의 바탕엔 평생 일한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생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했다. 딸이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는 차단당했고, 살림 밑천이라 불리며 일찍 생계활동에 뛰어들었다. 운 좋게 고등교육을 받고 원하던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과 동시에 당연히 전업주부가 됐다. 다시 취업하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돈을 잘 벌더라도 ‘남편 기죽이는 아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쉬쉬할 수밖에 없었다. 퇴근 후 집안일과 육아도, 양가의 건강과 살림도 여성들의 몫이었다. 할머니가 된 뒤엔 손주 돌봄 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노인세대 여성들에게 명함을 찾아주고 싶었다. 언제나 N잡러였지만 ‘집사람’이라 불린 여성들, 이름보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로 불려온 여성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일의 기쁨을 느끼며 ‘진짜 가장은 나’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여성들, 남존여비 시대에 태어나 페미니즘 시대를 지켜보고 있는 여성들.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전국에서 많은 여성을 만났다. 미처 다 메우지 못한 그들의 삶은 데이터로 온전히 그려보려 했다. 1963년 경제기획원 한국통계연감부터 2021년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까지, 흔적들은 늘 곳곳에 있었지만 그들만을 위해 모이고 조명된 적은 드물었다.

여성들이 고생하며 삶을 일궈 온 이야기는 너무 흔해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로 치부된다. 우리는 지금부터 그 흔하디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려고 한다. 잘 봐, 언니들 인생이다.



■젠더기획 특별취재팀
장은교(젠더데스크) 이아름·심윤지(플랫) 조형국·이수민(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이하늬(정책사회부) 이준헌(사진부) 최유진(뉴콘텐츠팀) 김윤숙(교열부)


▶️[젠더기획]"나쁜 일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도망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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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기획] 1954년 32만명의 딸들이 태어났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12606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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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교 소통·젠더데스크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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