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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영이] '지금 우리 학교는'이 그려낸 또 한 번의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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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우학'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차지

바이러스 창궐의 기원을 묻는 작품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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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자라나면 흥분 상태가 된다. 공포심이 극한에 달하면 분노로 바뀐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대듯이. 학교 폭력에 당하던 아이가 소리라도 질러보듯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시작한 인간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예상치 못했고 의도한 게 아닌데 괴물로 바라보는 시선들. 아직 인간이지만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는 존재, 감염을 의심받기만 해도 공동체에서 격리당하는 존재.

그게 어제의 내 친구라면 어떨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극본 천성일, 연출 이재규/김남수)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학교라는 닫힌 공간에서 좀비 사태가 시작되는데, 나를 물어뜯겠다고 달려오는 저 좀비가 바로 내 친구라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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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의 손을 도저히 놓을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끝내 그 손을 놓으면 눈물이 흐른다. 좀비의 죽음이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분노를 일으킨다. 누군가는 평소 죽도록 싫어하던 친구를 일부러 감염시킨다. 같은 반이지만 좀처럼 어울리지 못했던 한 아이는 스스로 좀비가 득실거리는 복도로 걸어나간다. 이쯤 되면 비로소 확인하게 된다, 이 슬프고 잔혹한 드라마의 악역이 누구인지를.

삽시간 퍼지는 좀비 바이러스는 특수효과에 불과했다. 이내 좀비보다 더 무서운 인간들이 본성을 드러낸다. 효산고등학교 과학실에서 현주(정이서)가 실험용 쥐에 물리고나서 좀비 사태가 확산할 위기에 처하는데 교장(엄효섭)은 자신 안위가 더 걱정이다. 학교 안에서의 일은 학교 안에서 해결하라고.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보다 8년 전 세월호 참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신고를 했지만 어른들은 장난으로 웃어넘긴다. 이에 좀비 사태를 키운다. 학교보다 더욱 빠르게 혼돈을 맞는 곳이 학교 밖 사회다. 교과서로 배웠던 상식이 파괴되는 현장이다. 바깥은 공포가 도사린다. 긴급재난이 선포되고 주민 대피령이 선포된다. 경찰과 군인, 소방관과 국회의원 등 사회필수요원들이 애써보지만, 힘겹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어른들의 무력함 속에 도시 전체가 좀비로 함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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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학교는 그래도 아이들이 있기에 마냥 우울하지는 않다. '워킹데드' 같은 좀비물에 그 흔한 총도, '킹덤'처럼 칼 한자루도 없이 학교에 갇힌 학생들은 대걸레, 사물함, 소화기 따위로 좀비와 맞선다. 그 안에서 '하이틴 K좀비물' 진가가 발휘된다. 6.25 전쟁통에도 연애는 했다고, 난리통에도 사랑과 우정이 쌓인다. 사랑과 우정이 자라나고, 성장한다. 참, 활은 있다. 한국 스포츠계의 자랑 '양궁부'가 효산고에도 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좀비 사태에 정신없다가도 잊을만 할 때쯤 어디선가 날아오는 양궁부의 화살은 통쾌했다. 양궁선수(배두나)가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던 봉준호 감독 영화 '괴물'이 스쳐보인다. 도망갈 곳 없는 폐쇄적 공간에서 좀비와 맞선다는 설정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생각난다.

1,000만 명 넘게 봤다는 예고편 첫 장면을 떠올려보자. 온조(박지후)와 청산(윤찬영)이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해서 청산이 이기자 그가 이렇게 말한다. "가자, 따까리." 동심파괴 드라마였던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과도 겹쳐보인다. 게임에서 지면 가방을 대신 들어야 한다는 친구 사이 당연한 규칙은 학교 밖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없는 자와 있는 자로 나뉘는 현실, 폭력, 경쟁, 격차 따위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바이러스처럼 끈질기게 스며들어있다.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것처럼, 문득문득 튀어나와 아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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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한 어른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아이들은 친구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선택과 판단을 한다"라며 연출 의도를 전한 이재규 감독 말이 떠오른다. 미성숙하지만 의로운 학생과 이기적인 어른 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다. 미성숙한 아이들 판단을 돕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거나 지켜내려 노력하는 인물도 어른이다. 안전한 교실을 스스로 나갔던, 아니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제발로 생존을 포기했던 나연(이유미)을 보며 영어 선생 박선화(이상희)가 한 선택은 긴 여운을 남긴다.

모든 생명은 생존 의지가 있다. 원인 불명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도 생존 의지 하나로 먹이를 찾아 달린다. 그들도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인간으로 죽지 않고, 괴물이 돼서라도 살아남으려는 것이었다. 살고자 하는 두 그룹의 대치 위에 새로운 설정이 덧입혀졌다. 사고 능력이 살아있어 악의를 갖고 인간을 공격하는 좀비나, 바이러스 영향을 받긴 하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좀비도 등장한다. 좀비 세계에서도 변이가 일어나고 새로운 종이 탄생한 것. 더욱 빠르고 강력해진 좀비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존해나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관람 포인트다.

"좀비의 기원을 만들고 싶었다"던 천성일 작가의 말을 되뇌어본다. 학교가 모든 좀비 사태 시작이었듯, 현실 속 모든 문제 기원도 결국 학교이지 않을까. '지우학'을 보고 여기까지 떠올렸다면 '과몰입 주의' 경고 딱지를 받을 수도 있겠다. 그만큼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말로 이만 줄인다.

+요약

제목 : 지금 우리 학교는 (All of Us Are Dead)

극본 : 천성일

연출 : 이재규, 김남수

출연 :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外

제작 : 필름몬스터 by JTBC 스튜디오, (주)김종학프로덕션

배급 : 넷플릭스 (Netflix)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편수 : 12부작

공개일 : 2022년 1월 28일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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