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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레드라인 다가선 북한, 다음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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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설 명절 경축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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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7차례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이 설 연휴 기간 지난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로 ‘레드라인’에 바짝 다가섰다. 북한이 2018년 선언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파기하고, 한반도 시계를 각종 ICBM을 발사한 2017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2017년 첫 시험 발사한 화성-12형이 이미 실전 배치돼 있음을 밝힌 것이다. 평양에서 미국 영토인 괌까지 거리가 3400여㎞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사거리 5000㎞로 추정되는 화성-12형 실전 배치는 미국 영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2형 시험발사 사실과 함께 탄두부가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 화상사진을 공개했는데,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기술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 완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공개 압박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의 철회를 시사한 지 약 10일 만에 파기에 근접하는 수준의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북·미 간 신뢰를 상징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온 모라토리엄의 파기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8년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 간 탄도 로케트 시험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며 핵실험·ICBM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앞으로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살피면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은 실험장 복구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ICBM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검수사격시험 형식으로 압박수위를 점차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북·미 갈등이 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 당시에도 화성-12형을 시작으로 ICBM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시험발사에 나섰다. 또 북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최우선 과업 중 하나이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공위성 로켓 발사가 다음 수순이 될 수도 있다.

시기적으로는 북한 국내 정치 기념일인 오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80주년이나 오는 4월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념일을 즈음해 국방력을 과시함으로써 코로나19와 대북제재 장기화로 지친 민심을 달래고 충성심을 유도할 수 있다.

미국의 대응 수위와 시기도 북한 대응 방식의 또다른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2일 유선으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 통화에서 “북한의 최근 점증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달 29일과 30일 한·미·일 북핵대표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화성-12형 발사와 관련해 3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북한이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11일에도 유엔 안보리 회의 개최에 맞춰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는 4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군사적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국방력 강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일 “시대는 달라지고 북한의 국제적 지위도 달라졌다”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자위권 행사일 뿐이며 이에 시비를 걸지 않으면 정세가 긴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를 노동신문 3면에 간략하게 소개한 것도 국방력 강화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위조절로 풀이된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냉각되는 가운데 오는 6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가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은 아니지만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외 정책을 발표하고 대미·대남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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