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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北, ‘화성-12형’ 사실상 실전배치…김정은의 다음 카드는 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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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2형’ 사실상 실전 배치

최대사거리 5500㎞까지 추정

美, 새 대북접근법 논의 가능성

中 올림픽 기간 군사행동 자제

광명성절·태양절 행사 계기로

국제사회에 무력과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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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왼쪽),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연합뉴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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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설연휴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내용을 공개하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화성-12형을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5일부터 27일까지 발사한 미사일 사거리는 190∼700㎞가 대부분이었다. 극초음속미사일의 사거리는 1000㎞,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1800㎞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 직후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했다고 선언했다. 2017년에 시험발사한 화성-12형이 실전배치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신년 들어 7번째이지만,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령 괌의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뒀다는 점에서 이전의 발사에 비해 미국에 주는 메시지가 확연히 다르다. 출범 이후 북한 문제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는 지점이다. 차후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이 논의될 여지도 있다.

◆미국, 안보리 회의 요청… 한·미·일 외교차관 통화

국제사회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미국은 영국·프랑스와 함께 3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북한의 화성-12형 발사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주유엔 일본대사와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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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뉴욕=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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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1일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이번 발사는 지난 2018년 북한이 선언한 이런 종류의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조치) 위반이자 명백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면서 “북한에 역효과만 낼 뿐인 추가적인 조치를 멈출 것을 촉구하고, 모든 당사자가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법을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외교차관은 2일 유선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최종건 1차관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전화 통화에서 지역 정세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별도 자료에서 “셔먼 부장관이 북한의 최근 점증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노력에 대해서 논의했다며, 셔먼 부장관이 “미국은 눈에 보이는 진전을 만들기 위해 북한과 진지하고 일관된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해왔다. 외교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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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공개한 발사 장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 31일 공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평양=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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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2형, 사실상 실전배치… 괌 사정권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검수사격시험은 생산장비되고 있는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혔다. 검수사격은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발사를 뜻한다. 화성-12형이 ‘생산장비’ 되고 있다는 표현 역시 사실상 화성-12형이 실전배치됐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는 괌을 포함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고각으로 발사된 이번 화성-12형의 비행거리를 약 800㎞, 정점 고도 약 2000㎞로 탐지했다. 30∼45도의 정상 각도로 쏜다면 최대 사거리는 4500∼55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가 3400여㎞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한 타격이 가능한 셈이다.

북한이 이번 화성-12형의 실전배치가 사실상 완료됐다고 밝히면서 괌 포위사격 작전 역시 수립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2017년 8월 화성-12형으로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일각에서 북·미 관계가 ‘분노와 화염’으로 표현됐던 2017년 상황이 점진적으로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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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다음 카드는… 열병식·ICBM 주목

북한이 IRBM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국제사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CBM은 미국 본토가 사정권이라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레드라인’으로 여겨진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에서 4일부터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미사일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신에 올림픽 기간인 2월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즈음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국제사회에 무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3∼4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훈련과 4월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계기로 ICBM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수 있다. 이번 IRBM을 시작으로 ICBM 시험발사를 거친 뒤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핵실험 단계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생일, 북한의 국방력 강화 계획, 미국의 대북제재, 베이징동계올림픽, 한국 대선 등이 종합적으로 향후 북한의 행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화성-12형 발사에 따라 미국이 새로운 대북 제재를 채택할지 지켜본 후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윤모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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