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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짝없이 은하계 떠도는 '외로운' 블랙홀 사상 첫 발견[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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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볼티모어 소재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연구팀

빛 왜곡시켜 배후 별 더 밝게 보이는 현상 이용해 관측 성공

그동안 옆에 발견되던 중성자별 없는 '독립 블랙홀'로 확인돼

속도도 다른 별보다 훨씬 빨라

아시아경제

블랙홀. 사진 출처=미국 항공우주국(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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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의 천문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쌍둥이'격인 중성자별을 동반하지 않은 채 우리 은하계를 빠른 속도로 떠돌고 있는 독립 블랙홀을 발견하고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미 볼티모어 소재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허블우주망원경과 지상천문대 등이 관측한 자료를 연구해 우리 은하계 중심부에서 부풀어진 방향으로 지구에서 약 515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독립 블랙홀을 발견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31일 논문공개사이트 'arXiv'에 사전 공개됐다.

이 블랙홀은 태양보다 더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지닌 별의 일생에서 마지막으로 중력 붕괴로 생성된 '항성질량 블랙홀'로 추정된다. 블랙홀은 항성 크기 이상의 무거운 별들이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소모한 후 서서히 식어가면서 축소돼 마지막의 초신성 폭발을 거쳐 생성된다.

특이한 것은 블랙홀이 관측될 때 항상 옆에 존재하는 중성자 별(neutron star)이 없었다는 것이다. 항성이 부풀다 식어 마지막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블랙홀이 되면서 남은 잔해물인 중성자 별은 그동안 관측된 모든 항성질량 블랙홀과 함께 발견됐다. 블랙홀은 모든 빛을 빨아 들여 인간이 관측할 수 없지만, 천문학자들은 빛이나 블랙홀의 존재를 암시하는 중력파를 배출하는 중성자 별이 항상 옆에 존재한다는 점에 근거해 블랙홀을 찾아 내왔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팀이 관측해 질량을 측정한 블랙홀의 경우 중성자별이 동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강력한 중력에 의해 빛이 왜곡되는 현상을 발견해 블랙홀을 찾아 냈다. 즉 블랙홀이 지구를 지나가는 동안 그 반대편의 별로부터 오는 빛이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왜곡돼 부풀어지면서 마치 더 밝아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최소 200일 이상 스스로 빛을 내지 않지만 뒤쪽의 별을 더 밝게 보이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8곳의 후보 지점을 찾아 냈고, 분석 결과 이중 하나가 블랙홀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셀마 드 밍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천문학 연구원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중성자별 없는)독립 블랙홀을 명확하기 감지한 첫번째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또 이 독립 블랙홀의 질량과 거리, 배후 별의 밝기가 밝아지는 시간 등을 계산해 초당 약 45km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주변의 다른 별들의 초당 30km 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일리아 맨들 호주 맬버른 소재 모나쉬대 천문학 교수는 "블랙홀이 태어나면서 더 빠르게 움직이게 된 것은 여전히 강력한 논쟁의 주제이고 (이번 발견은) 초신성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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