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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학교에 떠맡긴 새학기 등교…교사·학부모 "개학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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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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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이런 재량권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이건 말만 재량이지, 사실상 책임 떠넘기기나 마찬가지예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7일 교육부가 발표한 새 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개학 후 빚어질 혼란이 불보 듯 뻔한데 교육당국이 책임을 학교에만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오미크론 때문이 아니라, 이 학사운영 방안을 따라야 한다는 것 때문에 개학이 무섭다”고도 했다. 학부모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정도면 정부에서 손 놓은 것 아니냐”, “결국 애들은 학교, 가정이 지키라는 것” 등 격앙된 반응도 쏟아졌다.

교육부가 발표한 1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따르면 새 학기부터는 학교별 감염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등교 학생의 밀집도나 온라인 수업 전환 여부 등을 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교육부가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을 정했지만 앞으로는 학교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 운영 방식을 정하는 기준으로 '재학생 중 3% 확진' 또는 ‘재학생 중 15% 등교중지(확진자+격리자)’를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학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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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1학기 학사운영 유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방역도 상당부분 학교와 가정에 맡겨졌다. 교내 확진자가 발생하면 학교 자체 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분류해야 한다. 증상이 있는 접촉자는 교장 의견서가 있어야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무증상 학생은 개별적으로 7일간 3회 이상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해 각각 음성일 때 등교할 수 있다.



교사들 "방역 신경 쓰느라 본업 부실 우려"



교사들은 벌써 개학을 걱정하고 있다. 교육부 발표 직후 대책회의를 연 학교도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지난해에도 등교 문제로 학부모 민원이 빗발쳤는데, 그래도 그땐 ‘교육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라도 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이젠 그런 방패도 사라지고, 개별 학부모의 각기 다른 민원을 수용·조정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과중한 방역 업무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자가진단키트 검사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교육부도 아는데 자원과 인력을 낭비하는 느낌”이라며 “등교 전 자가진단검사표 검사, 수시로 하는 체온측정, 자가진단키트 음성 확인이 실효성이 있다면 업무가 아무리 많아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니 교사들이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대책에서 학습결손을 메우기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등교중지 학생들을 위해 실시간·온라인 수업 제공을 한다는데, 그럼 교사가 교실에 나온 학생들을 챙기며 온라인으로 ‘줌 수업’도 해야 하는 셈”이라며 “둘 다 하라는 건 둘 다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애들 코만 쑤시다 끝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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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미크론 대응 새 학기 등교 및 방역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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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학부모는 “학교가 방역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검사를 많이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커뮤니티에선 “등교하려고 애들 코만 쑤시다 끝나겠다”는 푸념 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은희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맞벌이나 조손가정에서 자가진단검사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도 있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학부모 자율로 등교 여부를 선택하게 해달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학사 운영방안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학교가 교육에 전념하도록 방역은 질병당국과 교육청, 방역지원인력이 전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보건복지부의 방역지침과 학교방역체계와의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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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후연·장윤서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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