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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은 111.12m의 얼음 트랙을 3명 이상의 스케이터가 돌며 순위를 겨루는 종목이다. 기록이 아닌 추월을 통해 순위를 겨루는 특성 때문에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어느 종목보다 더 치열하다. 코너링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선수들끼리 부딪히는 등 변수도 많아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미가 있다.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종목이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선 메달의 주인공을 점치기가 어렵지 않다. 중국 선수들이 주인공인, 각본 있는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열린 쇼트트랙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 중국은 헝가리, 미국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미국과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페널티를 받으며 중국이 결승에 진출했다.
중국 역시 선수 교대 과정에서 계주의 필수 요소인 터치를 하지 않고 달리는 등 실격 사유가 충분했으나 심판진은 눈을 감았다. 중국은 이어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는 중국의 판커신이 코너에 있는 블럭을 밀어 앨리슨 샤를(캐나다)의 진로에 밀어 넣어 넘어뜨렸다. 그러나 판커신에겐 페널티가 주어지지 않았다.
같은 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선 황대헌‧이준서가 각 조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무리하게 레일은 변경했다며 실격 처리 됐다. 어부지리로 결승에 진출한 런쯔웨이는,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리우 샤오린 산도르(헝가리)가 황당하게 실격 처리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짜여진 각본 같은 결과에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박승희 SBS 해설 위원은 “모든 게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냐”라며 통탄했고 배성재 캐스터는 “(비디오 판독의) 혜택을 본 건 전부 중국 선수”라고 지적했다.
올림픽 개최지의 홈 어드밴티지는 공공연하다. 한국 선수단도 당초 중국 측의 텃세를 경계했다. 그러나 이토록 노골적인 행태는 지난 올림픽 역사를 돌아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지구촌 식구가 함께 모여 성과와 기쁨을 나누는 자리인데, 중국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이번 행태는 중국 전국 체전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중국은 세계와의 공존보다 굴기에만 집착하는 전근대적 제국주의의 모습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라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것도 마다 않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편파 판정 뿐만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검사 및 격리 문제, 열악한 시설과 환경, 이해 못할 운영으로 논란을 빚는 중이다.
최악의 빙질, 100% 인공눈으로 만든 슬로프에선 연이어 대량 실격자가 나오고 있다. 스키점프 혼합단체전에선 평소 문제 삼지 않았던 복장을 트집 잡아 우승 후보 여럿이 실격 당해 4년의 노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개막한 지 4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쓰게 생겼다.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을 위해 선수들은 갖은 고통을 감내하며 훈련에 매진한다. 누구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지난 4년이라는 시간이 선수들의 허망한 눈물로 지워지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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