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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이틀간 열린 北 최고인민회의…김정은 대외메시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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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이 최고 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6차 회의를 지난 6~7일에 진행했다고 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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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정기국회 격, 14기 6차)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예산을 지난해보다 33.3% 증액했다. 또 지난해 7차례 각종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방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5.9%로 확정했다.

북한 매체들의 8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2021년 사업 정형(진행 상황)과 국가예산 집행 결산, 올해 과업과 국가예산을 안건으로 올렸으며 육아법과 해외동포권익옹호법도 채택했다. 회의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했다.



김정은 불참·대외메시지 없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3월 선출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포함되지 않아 회의 참석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국무위원장 자격으로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내외 메시지를 내놓곤 했다. 실제 2019년 4월에 열린 14기 1차 회의와 지난해 9월 5차 회의에선 각각 연설을 하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거나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때문에 북한이 올 초부터 모라토리움(핵 실험ㆍ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위협하며 4.5일에 한 번꼴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직접 시정 연설을 통해 대외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렇지만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참석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당국도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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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14기 6차)를 개최했다고 8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 회의를 주재한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의원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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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은 이날 회의에서 대남·대외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번 회의에선 북한이 예고했던 네 가지 의안 이외에 대외관계 등 다른 의안은 상정되거나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순전히 예산과 법안 심사에 한정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북한이 자신들의 최우방인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올림픽 성공을 축원한 상황에서 자극적인 대외 메시지 발신을 통해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자제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베이징 겨울올림픽, 미·러 갈등, 코로나19 지속 등으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사는 생략



최고인민회의는 국가예산을 논의하는 동시에 내각과 국무위원회 등 주요 국가기구에 대한 조직(인사) 권한을 갖고 있다. 그동안 최고인민회의에서도 내각의 상(장관)이나 위원회 존폐 등의 문제를 다뤄왔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조직 개편이나 인사 문제와 관련 논의는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권영진 군 총정치국장이 차수(왕별)에서 대장(별 넷)으로 한 계급 강등된 사실이 공개된 영상을 통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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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8일 공개한 최고인민회의 영상(위)에서 권영진 총정치국장(하얀 원)의 계급장이 기존 차수(왕별)에서 대장(별 넷)으로 한 단계 강등된 모습이 포착됐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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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보도 없어 혼선도



북한 주요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 개최가 예정된 다음 날인 7일까지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은 통상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의원들의 '집결' 소식 보도하거나 하루 이상 회의가 진행될 경우 매일 회의 내용을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6일 회의를 개최하고도 7일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자 회의를 연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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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가 내각 사업보고를 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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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이 8일 전날 폐막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6차회의가 이틀에 걸쳐 열렸다고 보도하면서 혼선은 정리됐다. 정부 당국자는 "회의를 2일 이상 진행하면 보도가 미뤄질 수 있다"며 "북한의 최근 보도 패턴을 보면 최고인민회의의 경우 일정을 마친 후 일괄적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보건 의료 부문에 포함시켰던 비상방역 관련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며, 지난해 보다 33.3% 증액했다. 단, 구체적인 액수와 항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고정범 재정상은 예산보고에서 "올해 국가예산에 대유행 전염병을 비롯한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출항목을 새로 내왔다"며 "우리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체계로 이행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 수 있게 자금적 담보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부터 중국과 화물열차 운송을 재개한 데 이어 러시아와도 국경 개방을 위한 협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국가들과 수·출입 화물의 방역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설비를 갖추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심을 끌었던 국방·경제건설 관련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 유지하거나 소폭 올리며 '제자리 걸음'을 보였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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