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역대급 수주 조선업계, 정작 일할 사람이 없다(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업계 종사자수 8년새 반토막

올해 생산인력 8000명↑ 부족

업황은 훈풍…1월 7조 수주

기술연수생 등 인력확보 총력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대형 조선소 직원인 전운상씨(41·가명)는 통상 관리직급이 되는 차장이 된 이후에도 선박 건조 현장에 나서고 있다. 일감은 몰려드는데 현장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전 씨는 "신입사원을 뽑아도 교육을 진행하고 나면 수도권 회사에 채용이 돼 곧장 떠난다"며 "숙련공들도 반도체나 2차 전지 설비 등 이른바 ‘돈 되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 조선사들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조선 협력업체 소속 임원인 강문준씨(52·가명)는 "수주 물량이 늘어났지만 인력 수급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숙련공이 없어 조선사들로부터 받은 물량을 다시 반납해야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가 인력난에 봉착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긴 수주 절벽에 따른 불황이 길어지면서 숙련공들이 대거 이탈한 데다, 신규 인력 충원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모처럼 일감이 쌓였지만 작업 현장에 투입할 일손이 없어 조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조선업 밀집지역(부산·울산·경남·전남)을 중심으로 올해 조선사와 협력업체를 포함해 생산 분야 인력은 최대 8000여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분기별로 보면 올해 1분기 3649명, 2분기 5828명, 3분기 8280명, 4분기 7513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단기 교육 프로그램과 경력직 채용 등으로 인력 수급을 한다 해도 이같은 인력 수급이 가능할 지 미지수다. 탈탄소 정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친환경·미래 선박들의 수주가 줄을 잇고 있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일손이 부족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조선 인력 8000명을 양성하고 신규 인력 유입을 확대하는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조선업 종사자는 8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4년 20만명을 넘어섰던 종사자 수는 지난해 기준 9만2207명까지 떨어졌다. 조선업 장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숙련공들이 조선업을 등졌고 ‘힘들고 성장성이 없다’는 인식으로 2030세대 젊은 인력의 수급도 힘들다. 현장에서는 "취업난을 겪는다는 20~30대를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조선해양 관련 학과(20개 대학 기준)에 입학한 신입생(학사~박사)은 1112명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조선업황은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의 1월 한달 수주량이 7조원을 넘어섰다. LNG 추진 로로선(경사로를 통해 선적 또는 하역할 수 있는 선박), 벙커링선(연료공급선박) 등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가 한몫 했다. 통상 조선업계는 수주 물량 확보후 1년여간 설계 작업 등을 거쳐 건조작업을 진행한다.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숙련공 공백이 길어지면서 기술연수생 수시 모집 등 일손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각 사마다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상황 등으로 인해 일부 강의가 원격으로 진행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조선사, 지자체 등이 함께 주거환경·생활복지 등 재정적 지원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조선 업계 필요 인력을 8000명 정도 보고 있지만 다른 기자재 업체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상당 부분 인력들이 조선업에 있다가 다른 산업으로 빠져나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떠난 인력이 돌아올 수 있는 확실한 복지나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