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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불참… 간부들만 줄줄이 ‘경제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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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틀간 최고인민회의

최룡해가 개회사·폐회사 맡아

대외 메시지도 없이 회의 종료

내각총리 등 경제난 자아비판

2022년 사업 동력 확보 채찍질 의도

국방예산 16% 편성… 방역 33% ↑

세계일보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최룡해 상임위원장(오른쪽)이 대의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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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6차 회의를 지난 6~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했고, 대외 메시지도 없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 김 위원장은 불참했으며,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회사와 폐회사를 맡았다. 정치국 상무위원 5명 중에서는 최 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참여했다. 내정실세인 조용원 당 비서와 군실세 박정천 당 비서는 불참했다.

북한군 당사업과 인사를 총괄하는 권영진 총정치국장은 별 4개가 박힌 대장 견장을 착용하고 나왔다. 지난달 1일 공개된 노동당 전원회의 때 사진에서는 왕별 속에 국장이 그려진 차수 계급장을 착용했는데 약 1개월 만에 한 계급 내려간 것이다.

또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권영진은 리영길 국방상 다음으로 이름이 불리는 등 강등을 뒷받침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님에도 과거 회의에 참석해 시정연설 등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회의에 불참하면서 별다른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최근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개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검토 등을 시사하며 한반도 긴장정세를 고조시켜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대외 메시지는 김정일 80번째 생일인 16일 또는 김일성 110번째 생일인 4월15일을 계기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해 예산 결산과 함께 올해 예산을 편성했다. 북한은 올해 지출을 지난해 대비 1.1% 늘리고, 경제 분야 예산은 2% 증액할 방침이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는 경제건설 부문 예산을 매년 4.9∼6.2%씩 늘려왔지만, 지난해에는 0.6%로 소폭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상대적으로 작게 인상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은 항목을 신설하고 지난해보다 33.3% 늘렸다. 국방비 예산은 총액의 15.9%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예산 증가율이 통상 3%를 넘나들었는데 코로나19가 닥친 지난해는 0.9%, 올해는 0.8%로 예산 수입 증가율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민회의에서는 북한 간부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 자아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덕훈 내각총리는 “지난해 내각사업에서 심중한 결함들도 나타났다”며 “국가경제 전반을 통일적으로 걷어쥐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들이 인민경제계획을 순별·월별·분기별로 무조건 수행하는 강한 규율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고정범 재정상도 지난해 국가예산 집행결과를 보고하며 “일군들이 국가예산 수입계획을 무조건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부족한 데로부터 일부 단위가 예산 수입 계획을 미달했다”고 했다.

북한 간부들이 남측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일제히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경제난의 책임을 간부 자신들에 돌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10년이 되는 올해의 경제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등 채찍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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