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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소 방귀'가 자동차 배기가스 보다 더 위험하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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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탄가스 농도 급증해 산업화 이전 대비 3배

인간 활동 결과물보다 미생물이 배출 급증세에 85% 책임

온난화가 자연 생태계 변화시켜 온난화를 부추기는 악순환 우려돼

아시아경제

▲국내 한우에서 메탄균 신종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메탄가스의 주범인 '소의 트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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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소가 뀐 방귀나 늪 지대 미생물에서 배출한 메탄가스가 최근 10여년새 지구 대기권내 메탄가스 농도 급증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일으킨 지구 온난화로 열대 기후 지역이 더 늘어나고 미생물들의 생산성도 높아져 온난화가 더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최근 지구 전체 대기권내 메탄가스 농도가 1900bpb(공기 분자 10억개당 메탄 분자 1900개))를 돌파했다고 됐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세계 메탄 가스 농도의 증가세는 2000년까지만 해도 한 풀 꺾이는 추세였다. 그러나 2007년 이후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없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메탄 가스는 특히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8배나 더 강력해 요주의 대상으로 첫 손에 꼽힌다.

특히 과학자들은 그동안 발생해 누적된 지구 온난화가 더 많은 메탄 가스의 방출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으로 굳어져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안 니스벳 영국 런던대 지구과학 교수는 "메탄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최근 몇년 사이에 더 빨라진 메탄 가스 배출 증가 속도는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2.0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전세계적 노력에 중요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탄 가스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원인에는 ▲석유 및 천연 가스 개발 확대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배출량 증가 ▲가축 사육 증가 ▲ 습지에서 미생물 활동 증가 등으로 짐작되지만 과학자들은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단서가 있긴 하다. 지구에 존재하는 탄소는 대부분 C-12인데, 메탄 분자는 이보다 무거운 C-13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미생물, 즉 소의 트림이나 방귀 등 자연 생태계에서 생성된 메탄 가스는 지구 내부의 열과 압력에 의해 생기거나 화석 연료 추출 과정에서 나온 메탄 가스보다 C-13이 적게 포함돼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수백년간 얼어 붙어 있던 얼음이나 눈을 채취해 그 속에 포함된 메탄 가스를 분석함으로써 메탄 가스 농도 급증의 원인을 밝혀 내려 하고 있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산업 혁명이 시작된 후 약 200년간 C-13이 포함된 메탄 가스의 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즉 인간의 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인위적으로 생성된 메탄 가스가 생태계에서 생겨난 것보다 더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구 대기권내 메탄 가스 농도가 급증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에는 전체 중 C-13이 많이 포함된 인공적 메탄가스의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미생물 배출 메탄가스의 증가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NOAA의 연구팀은 2007년 이후 메탄 가스 농도가 빠르게 증가한 것의 85%를 미생물 배출이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5%만 화석 연료의 몫이라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진행된 지구 온난화가 자연생태계를 변화시켜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가속화되는 시스템이 구축됐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생겨난 메탄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덥히면서 열대 늪 지역 확대 등 자연 생태계의 메탄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신 랜 NOAA 지구모니터링연구소 대기과학자는 "매우 중요한 신호로, 인간의 산업 활동 만이 메탄가스 농도 급증에 책임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온난화가 온난화를 키우냐는 중요한 질문에 대해 아직 답은 없지만 '매우 그렇게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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