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근거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ㆍ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2009년 4월 3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려 기자들의 질문에 짤막하게 답한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오른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문용욱 전 청와대 부속실장, 전해철 전 민정수석(현 행안부 장관),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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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2018년 1월과 2022년 2월, 4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분노를 표출한 대상이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라는 점을 제외하면 ‘판박이’에 가까운 내용이다.
분노의 이유도 유사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이던 2018년 MB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자, 바로 다음날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2009년 백원우 민주당 전 의원이 서울 경복궁 앞 뜰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헌화하려는 순간 "사과하라"고 외치고 있다. 백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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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엔 윤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2월 9일자)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자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윤 후보가 “대통령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전제로 말했음에도, 문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발표시켰다.
문 대통령은 과거 사저 관련 논란이 일자 “좀스럽고 민망하다”는 SNS 글을 올리거나, 대변인을 통해 개별기록관 설립 추진에 대해 “불같이 화를 냈다”는 회의 기류를 공개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감정을 노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입장문 형식으로 명확한 분노를 표출한 것은 이 두번의 사례가 사실상 전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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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권에선 4년의 시차를 두고 나온 문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2019년 7월 25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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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4년전 MB에 대한 분노는 집권 초기 설정한 목표를 강조하려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엔 5년간의 정부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며 “문 대통령은 유일한 성과로 내세워왔던 검찰개혁에 대한 부정에 침묵할 경우, ‘실패한 정부’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선 후보 사퇴 촉구와 부인 김건희 구속 촉구'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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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윤 후보에 대한 규탄 성명을 내는 등 문 대통령의 분노를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는 분위기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우리는 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괴물 정권’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임종석 전 비서실장), “문 대통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를 생각한 것 같다”(강기정 전 정무수석)며 선거를 ‘문재인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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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권의 고위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2012년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면 공격한 발언 등에 대해 진보진영은 시원하다며 반겼지만, 결과는 중도층의 대거 이탈로 인한 진보진영의 패배였다”며 “문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여권 내 기류에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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