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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英 존슨 총리 사퇴 압박에 차기 총리 하마평 오른 5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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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주 총리 불신임 투표

현 재무부 장관, 후임으로 가장 유력

외무·보건·내무부 장관 등도 거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파티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총리가 사퇴할 시 누가 후임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이르면 다음 주에 실시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현행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당 의원의 15%인 54명이 요구하면 하원에서 불신임투표가 이뤄진다. 현재까지 ‘1922 위원회’에 불신임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15명이다. 서한을 보냈으나 공표하지 않고 있는 의원은 30명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 정치 시스템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데 집권 정당은 중간에 대표를 교체할 수 있다. 이 경우 별도 총선 없이 총리도 자동으로 바뀌게 된다.

DW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발표한 지난달 11일, 25일, 31일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존슨 총리의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각각 56%, 62%, 63%로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일보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 출처=위키피디아


보수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총리 후보는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이다. 2020년 2월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그는 41살의 젊은 나이와 매력적인 외모, 정제된 언행 등으로 ‘보수당의 떠오르는 정치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DW는 “언론들이 ‘매력적인 리시(Dishy Rishi)’라 부르는 그는 우아한 외모와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칭송을 받곤 한다”며 “보수당 의원들은 난장판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그의 태도를 찬사한다”고 했다.

인도계 이민 3세인 그가 후임이 되면 영국 역사상 최초로 유색인 총리가 탄생하는 셈이다. 다만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전기료 인상 등은 그의 인기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지난달에는 건강보험제도인 국민보건서비스 관련 세금을 올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팀 베일 퀸메리대 정치학 교수는 “수낙은 대중적인 인기가 시들해지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계일보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수낙 장관 다음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다. DW는 “트러스 장관은 예전에는 가벼운 정치인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수낙을 제칠 수 있는 강력한 총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러스는 2014년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고, 존슨 내각 초기 포스트 브렉시트 무역 협상을 이끌며 성과를 냈다. 지난해 가을 대규모 개각에서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열렬한 신자유주의 지지자라는 점, 백인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약점으로는 당내 지지와 달리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간의 행적을 보면 수낙보다 훨씬 더 우경화한 면모가 있어 ‘중도층 포용’도 한계로 지적된다.

세계일보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 런던=AFP연합뉴스


세 번째 인물은 사지드 자비드 보건부 장관이다. 자비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다는 강점이 있다. 도덕적으로도 깨끗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티 게이트로 보수당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은 탓에 더욱 강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영국 국가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시스템이 지탄을 받는다는 점은 악재다. 베일 교수는 “현재 600만 명의 영국인이 치료를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NHS 정책은 많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며, 당내 총리 경선에도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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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 런던=EPA연합뉴스


네 번째는 프리티 파텔 내무장관이다. 2014년 재무부, 2015년 노동연금부, 2016년 국제개발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한 뒤 2019년 7월 내무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가장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띈다. 이민 규제를 대폭 줄이고, 범죄 처벌에 대해서도 강경한 노선을 고수한다. 보수당 내 확고한 지지 기반을 가진 점이 강점이다.

동시에 불호 여론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베일 교수는 “파텔은 이전 내무장관들처럼 이민과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탓에 지지를 잃었다”며 “호불호와 관계없이 대부분은 그를 총명하지 않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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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헌트 전 외교·보건부 장관. 출처=위키피디아


DW가 꼽은 마지막 후보는 제러미 헌트 전 외교·보건부 장관이다. 헌트는 존슨 총리와 2019년 총리 자리를 놓고 격돌한 최후의 2인이었다. 믿음직한 일꾼이라는 이미지와 보수당 내 사정에 밝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헌트는 존슨 총리처럼 캐릭터가 뚜렷한 카리스마형 정치인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내각이 혼란에 빠진 이때 오히려 이 같은 그의 온건한 면이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존슨의 라이벌이었던 만큼 총리직에 대한 미련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총리직에 대한 야망을 은근히 내비치는 동시에 “다만 내가 출사표를 던지게 하려면 당내의 많은 설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 교수는 “당원들이 존슨 총리와 정반대인 리더를 간절히 원한다면 헌트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문제는 헌트를 향한 당원들의 구애가 거의 없다는 점”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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