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긴장' 속 바이든과 62분간 전화 담판한 푸틴 |
(서울=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침공 임박설을 퍼트리며 대사관 인력 등 자국민 대피 절차를 밟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접경지에 군 병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62분간 전화 통화로 담판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진 못했다. 회담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유럽의 동맹들과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몇 주간 전개된 상황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두 정상은 통화에서 논의한 모든 사안에 대해 접촉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서방 언론들은 날짜까지 꼭 짚어 '16일 침공설'을 전하고 있다.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쿠릴열도 인근 러시아 영해에서 버지니아급 미국 핵 추진 잠수함을 탐지해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미군 잠수함은 공해에서 안전하게 항해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 주장을 일축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정학적,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했다. 하지만 서쪽 지역은 우크라이나어를 쓰며 친서방 성향을 보이고 동남 지역은 러시아어를 쓰고 친러 성향을 보이며 대립해왔다. 동남 지역에서는 러시아로의 편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친러 성향의 정권에 맞서 2014년 이른바 '오렌지 혁명'으로 불리는 강력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친러 성향 대통령이 물러났다. 이때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크림 자치공화국을 전격 합병했다. 크림반도의 경우 70% 가까운 주민이 러시아계다.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9년 집권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헌법에 명시했다. 러시아에 맞서 나토의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나토군이 우크라이나 지역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들이 주권 국가의 운명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토에 가입하든 말든 우크라이나 국민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면 국제사회가 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미 국제 경제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을 무기로 삼아 유럽연합을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으로 '유럽의 빵 공장'으로 불릴 정도이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 또한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11일 미ㆍ러 전쟁 우려로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대국 사이의 군사 대치는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 등이 출렁이게 된다. 우리나라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선철, 백금, 유무연탄, 원유 등을 수입한다. 우리나라 교역액 기준으로 러시아는 10위권에 든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원자재 수급, 곡물 가격 등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우리 기업과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 해야 한다. 중국의 급작스러운 요소수 수출 중단 조치로 인해 우리 사회는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주요 원자재의 공급망을 점검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아울러 외교당국은 현지 교민과 주재원 등의 안전 및 철수 대책도 꼼꼼히 마련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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