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1 (토)

곧 퇴임하는데 지지율 90%인 대통령…별명은 '푸틴 위스퍼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운이 짙어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엔 다소 의외의 키맨이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유럽의 지도자”라며 ‘푸틴 위스퍼러(Putin whisperer)’라고 부른 인물이다. 푸틴과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라서다. 미국과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니니스퇴 대통령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중앙일보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지난해 11월 독일 방문 당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니니스퇴 개인을 떠나 핀란드는 인접국 러시아의 대외 정책 기조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 국가다. 한때 핀란드가 러시아의 대외 정책에 동조한다는 조건으로 자주권을 지킬 수 있었던 시기를 두고 ‘핀란드화(Finlandization)’이라는 용어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와 같은 외교의 거인들이 핀란드화가 해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도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핀란드화를 언급했다가 우크라이나 및 국제사회 일각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니니스퇴 대통령의 조언도 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푸틴과 마주앉은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니니스퇴는 NYT에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노르딕 러너(스키를 타고 메신저만 하는) 역할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NYT는 그가 “국경을 넘나드는 통역사이자 각국의 생각과 의도를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이를 두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정계를 은퇴한 뒤 부재했던 푸틴 대통령과 유럽연합(EU)의 협상가 역할을 니니스퇴가 하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중앙일보

미군이 우크라이나 인근으로 배치 중인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데자뷔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근과거에선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크라이나 소속 크림 반도의 크림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한 뒤 러시아가 합병을 한 전후다. 국제사회는 반발했고, 유엔은 러시아의 합병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찬성 100, 반대 11, 기권 58표로 통과시켰다. 구속력은 없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을 수차례 만나 국제사회와의 협상의 끈을 이었던 인물이 니니스퇴다. 핀란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람선으로 수 시간 만에닿을 만큼 지척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자 그가 애정을 듬뿍 쏟는 곳이기도 하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과의 우크라이나 회담을 주선했던 인물도 니니스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니니스퇴의 생각은 어떨까. NYT에 따르면 그의 전망은 밝지 않다. NYT는 “푸틴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ㆍEU와 러시아 고래 간의 드잡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새우등이 터질 확률은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니니스퇴의 이런 국제정치적 입지는 그의 국내 정치적 기반에서도 힘을 받는다. 1948년생인 니니스퇴 대통령은 2012년 취임했고 2018년 62.7%의 지지를 받아 재선했다. 퇴임을 앞둔 그의 지지율은 NYT가 밝힌 한 조사에 따르면 90%에 육박한다고 한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치고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니니스퇴는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린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니니스퇴는 “(내 높은 지지율은) 모두 내 전임자들이나 동료들이 뛰어난 덕분”이라고 말했다. 니니스퇴 리더십의 핵심은 포용력이다. 그 자신은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성소수자들이 아이를 입양할 권리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