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뚝도정수센터에서 소독제로 사용하는 염소와 물을 섞어주는 수로 시설물에 균열이 발견됐다. 설계 도면만 봐서는 공사 방식을 결정하기 힘들어 2D 도면을 3D로 전환했다. 수로의 길이와 폭, 수위, 유량, 염소 농도 등을 입력하자 컴퓨터 화면에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의 정수센터에서 시설물 위치에 따라 물의 흐름과 세기, 염소와 물이 어느 정도의 농도로 섞이는지 보인다. 미리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 뚝도정수센터의 정수지 설계안을 3D로 구현한 모습. 서울시 제공 |
서울시가 사이버 가상공간에 3D 정수센터를 만들어 빅데이터를 이용해 수돗물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시가 서울 수돗물 ‘아리수’ 정비에 활용할 이 기술은 현실과 똑같은 물체를 가상공간에 만들어 모의실험을 진행한 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하고 검증하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다.
3D 실험으로 물의 흐름과 세기, 약품 농도분포 등 현장의 수질과 공정정보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입력해 갖가지 경우의 결과를 도출해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의 정체 지역이나 체류 시간 등을 색깔과 선 등으로 가시화(컴퓨터 유체 해석)할 수 있어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센터는 복잡한 공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공정 효율을 높이려면 분석과 진단, 예측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아이디어만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효율이 떨어지거나 비용이 증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암정수센터의 정수처리 과정(오존접촉조)을 3D로 구현한 모습. | 서울시 제공 |
예를 들어 노후된 시설물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정수처리 시설물을 설치할 때 가상공간에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시는 기술개발을 시작한 2019년부터 3년간 정수센터와 배수지 등 총 8건의 상수도 시설 개선과 공정 진단에 이 기술을 시범 적용해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정수지의 물 흐름 개선을 위해 설치하는 ‘도류벽’ 등 구조물 배치 방식이나 염소 주입 설비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 미리 실험해보고 결정한 것이다. 올해는 이 기술로 물속 이물질(탁질)을 정확히 분석하는 입자 해석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로 예산 절감과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시설물 안전사고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정수 서울물연구원장은 “상수도 분야에서도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관련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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