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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침공하면 여군이 나서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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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내용 요약
    장교들 여군 전투 반대 심해 얼굴 가리고 전투하던 여군
    5년전 62개 전투임무 공식 부여…전체 군 병력 15% 차지
    뉴시스

    [키예프=AP/뉴시스]우크라이나 여군들이 2018년 8월24일 수도 키예프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열병식 참가를 위해 모여있다. 2018.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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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언제일지 모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며칠 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침공에 대비하는 우크라이나군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가운데 미 월스트리트(WSJ)은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맞설 우크라이나군의 주력의 상당수가 여군이라고 보도했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홍보담당자로 일하던 이리나 리바코바(37)은 지금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배치된 부대에서 하사로 근무중이다. 리바코바는 지난 12월 한달 내내 러시아 지원 분리주의 반군과 대치했고 예비역 친목 행사 참석차 잠시 미국에 다녀왔다. 지금은 다시 부대로 복귀해 러시아 침공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훈련을 받고 있다.

    리바코바는 20만여 우크라이나군의 15%를 차지하는 여군 중 한 명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동부 반군을 부추겨 전쟁을 일으킨 2014년 이래 우크라이나가 낙후한 군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었으나 현재는 각종 전투임무를 포함해 남성과 동등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12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신체장애가 없는 18세 이상 60세 이하의 여성들에게 징집대비 등록을 하도록 발표했다. 러시아가 전면 침공할 경우 필요한 자원으로 여성들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에서 여군의 비중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서방 군대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여성의 참전을 부르고 있다. 주변 대국들의 위협에 둘러싸인 채 오랜 세월을 보내온 이스라엘도 남성과 똑같이 여성들을 징집한다. 영국군은 2018년에, 미군은 2015년에 여군이 모든 전투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정규군이든, 국토방위군이든 러시아와 8년 동안 분쟁을 겪은 끝에 러시아 침공을 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서부 군 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는 옥사나 쿠즈마 일병은 "전선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다"고 말했다. "퇴원하면 부대로 가 군복을 입고 화장가방을 챙긴 뒤 배치된 곳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분대의 유일한 여군인 쿠즈마 일병은 지난 4년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과의 전투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매우 취약할 때 징집된 여성들은 온갖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여군들이 전투원, 의무병, 저격병으로 근무하는 것을 본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최전선을 오가며 군 보급품을 지원하도록 나서기도 했다.

    안드리아나 수삭 하사는 "군대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반군이 장악한 슈차스티아마을 탈환 작전을 지휘한 장교가 여군을 배제하자 검은 바라클라바를 착용해 자신이 여군임을 감췄다고 했다.

    1년 뒤 우크라이나 서부의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수삭은 전투로 단련된 예비역이 됐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발급한 제대명령서에는 재봉사로 돼 있다. 여군을 최선선에 투입하지 않는다는 우크라이나군의 관행 때문에 많은 여군 전사들이 제대명령서에 청소병이나 취사병으로 기록돼 있다.

    2015년 동부 돈바스지역 전투가 일시 중단됐을 당시 그곳에서 싸웠던 일부 여군들이 "우크라이나 영웅"으로 널리 선전됐다. 그중 2005년 여성으로 유일하게 사관학교를 졸업했던 나디야 사브첸코는 러시아군에 포로가 된 상태로 우크라이나 의원에 당선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은 모두 국가의 지원이 불충분한 것을 비판하는 예비역들의 호기심 대상으로만 취급됐을 뿐이다.

    여성 예비역 단체가 끈질기게 요구한 끝에 2017년 우크라이나군이 마침내 여군을 62개 전투임무에 투입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그 이전까지 수삭과 같은 여군은 "보이지 않는 전투원"으로 존재하면서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면서도 장교들한테 무시당하는 신세였다.

    2014년 동부 전선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한 카테리나 프예막(28)은 "남자들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원했을 뿐인데 차별이 심했다. 여자가 군에서 근무하면 엄마가 자식을 버렸다고 욕하는 바보들이 있다. 이웃들도 손가락질하고 남편도 놀림감이 되곤 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여성들도 사관학교에 정식 생도로 입학해 장교가 될 수 있고 군병원에 부인과 전문의도 있다. 2020년부터는 여군용 내의가 지급되고 있지만 처음 배급된 내의는 핑크색이었다고 프예막이 밝혔다.

    성문제 자문관도 우크라이나군 전체에 400명에 달한다. 육군사령관의 성문제 자문관인 빅토리아 아르나우토바는 보수적인 장교들의 반발이 심해 그들이 성정책을 따르도록 교육하는 것이 주임무라고 말했다. "성인지 교육을 받은 장교들이 거의 없어서 여군이 육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고 생각하는 장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군들이 군인으로 겪는 위험은 남군이나 다를게 없다. 프예막은 자신의 동료 여군이 전투중 숨졌고 다른 여군은 부상했다고 밝혔다. 자신도 지난해 10월 제대하기까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운이 나빴다만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프예막의 생각이다.

    올해 쉰 살인 쿠즈마는 1989년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자신의 남동생이 숨졌는데 기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오면 관에 실려 돌아가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삭은 자신이 참호에 있을 때 임신한 걸 알았고 2015년 출산했다고 했다. 제대하기가 싫어 울기도 했지만 5개월 뒤 최전방에서 떠나야 했다고 했다. 처음 전투에 나갔을 때 수류탄을 스카치테이프로 싸서 브래지어 안에 감췄다고 했다. 던지는게 무서워서 그랬다는 것이다. 이런 기억들 때문에 산후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고도 했다. 이후 수삭은 국가 영웅으로 떠받들어졌고 현재는 수삭이 군에서 쓰던 물건들이 키예프 군사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수삭으로선 전쟁이 여전히 일상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14년 그를 지휘했던 여러 남군들이 전투중 사망했고 예비역 동료들은 상당수가 실업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던 한 동료가 아파트 16층에서 뛰어 내리기도 했다.

    수삭과 남편은 러시아가 침공할 때를 대비해 짐가방을 싸두고 있다. 결혼 기념일 선물을 살 돈으로 우크라이나군에 보낼 장비를 샀다. 남편에게는 노트북 컴퓨터 대신 방탄복을 사주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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