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성과보고회에 영상으로 축사를 전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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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개한 SNS 글에서 “하굿둑 건설로 용수 확보 등 얻는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개발의 흐름에서 환경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열린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 복원 비전 보고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도 “35년 만에 낙동강 수문이 열리고 물길이 트였다”며 “부산시민과 경남도민들께서 건강한 생태환경과 행복한 삶이 공존하는 낙동강을 위해 많이 애써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는 대표적 기수(汽水ㆍ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 생태계였지만, 1987년 농공업 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위한 하굿둑을 건설한 이후 생태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환경부 등 관계기관이 17일 오전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굿둑 2차 개방 실증실험을 진행해 8번 수문이 열려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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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012년 국회의원 선거(부산 사상)와 2017년 대선에서 하굿둑 상시 개방을 공약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시범 개방을 거쳐, 지난 9일 하굿둑을 상시 개방하는 내용의 ‘낙동강 하구 기수 생태계 복원방안’을 의결하고 이날 하굿둑을 완전히 개방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 때부터 공약했던 일이라 감개무량하다”며 “더 늦기 전에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의 복원에 나설 수 있게 돼 매우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낙동강과 함께 열어가는 공존과 상생의 길이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며 “나루터가 복원되고 생태관광자원이 된다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발의 시대가 저물면서 낙동강을 비롯해 한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의 자연생태계 복원은 이미 국민적 합의를 통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러한 흐름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천 환경과 관련한 특정 후보의 공약을 확인했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 별도로 평가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7일 서울 종로구 동묘앞거리에서 유승민 전 의원,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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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가 언급한 ‘특정 후보의 공약’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공약을 지칭한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답변에서, 현 정부의 100대 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폐기할 과제로 분류했다. 해당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16개 보 중 11개를 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하천의 재(再)자연화 조치다.
윤 후보측은 해당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親水·물과 자주 접촉하거나 물에 익숙해지는 것)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5대강유역협의회, 강살리기네트워크 등 8개 시민단체는 16일 성명을 내고 “윤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다시 대규모 녹조라떼를 경험할 것”이라며 “낙동강과 금강하구에서는 녹조는 물론 발암물질인 유해 남조류 세포가 발견됐고, 남조류 세포 독성이 농산물에 축적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4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와 경북 고령군 다산면 곽촌리를 잇는 강정고령보 일대 낙동강 물빛이 짙은 초록을 띠고 있다. 당시 강정고령보에는 한 달 넘게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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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17일 페이스북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파괴사업을 계승하는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녹조에 발암물질이 발견되고 이 물을 농수로 사용한 농작물조차 독성을 띠는 현실을 외면하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건가”라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사전에 잡혀 있던 일정으로, 윤 후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전(前)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를 언급(2월 9일자 중앙일보)한 데 이어, 유세에서도 정부가 정치보복을 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하면서 불편한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윤 후보는 17일 경기도 안성 유세에서 적폐수사 관련 발언을 민주당이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 “정치보복을 누가 제일 잘했나”라고 했다. 지지자들이 “문재인”이라고 외치자, 윤 후보는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것은 세계 최고다. 파시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치보복을 했다면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을 이끌어 정치보복을 실행했다는 의미냐”며 “아무리 선거라지만 문 대통령을 더이상 선거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에서 집중유세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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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윤 후보가 응하지 않자, 청와대는 지난 15일 “(사과 여부를)지켜보고 있다”며 일단 공개적 확전을 자제할 뜻을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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