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흔한 통증은 두통이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두통에 시달린다. 여성의 65~80%, 남성의 57~75%가 두통을 경험하고 있다는 집계도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질과 능률을 떨어뜨린다. 두통은 스트레스나 긴장이 주원인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식습관과 연관된 것들이 많다. 먹어서 혹은 먹지 않아서 생기는 두통이다. 내 식습관 중에서 두통을 유발하는 요소는 없는지 점검해 보자. 일상에서 두통과 함께 진통제를 줄일 수 있다.
식습관과 관련된 두통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공복 두통’이다. 공복 상태가 지속함에 따라 생기는 두통을 말한다.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6시간 이상 공복 상태가 지속하면 혈당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 우리 몸은 뇌로 혈당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뇌혈관을 수축하게 되면서 혈관 주변의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아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수축했던 뇌혈관이 반작용으로 확장하면서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카페인 금단 상태도 두통 유발 요인
이 같은 두통 발생 기전이 명확하진 않지만 공복이 두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고려대구로병원 신경과 오경미 교수는 “인과관계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당뇨약은 먹었는데 밥은 먹지 않은 상태에서 두통이 심하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공복이 두통의 유발인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가 아팠던 경험이 많다면 저녁 식사를 일찍 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녁을 일찍 먹는 습관도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이 역시 공복과 관련이 있다. 저녁을 너무 일찍 먹거나 식사량이 적으면 그 이후 공복 상태가 길어져 아침이나 오전 두통을 유발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다이어트 역시 두통의 유발인자로 꼽힌다. 오 교수는 “편두통 환자의 다수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을 경험한다”며 “또 굶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이로 인해 두통이 생길 수도 있고 영양 섭취도 불균형해져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먹지 않아 생기는 또 다른 두통은 ‘카페인 금단성 두통’이다. 체내 카페인 공급이 중단됐을 때 생기는 두통을 말한다. 커피나 홍차, 초콜릿, 피로 해소제(카페인 음료)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평소에 즐겨 먹다가 끊으면 생길 수 있다. 주말에 유독 두통을 경험한다면 카페인 금단성 두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카페인은 통증 억제와 함께 혈관을 수축하는 작용을 하는데, 카페인 공급이 줄어들면 혈관이 확장하면서 두통이 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 뇌혈관이 넓어지면 혈관 안에 있는 통증 수용체가 활성화하면서 두통이 생긴다. 차가운 음식을 먹었을 때 머리가 아픈 것도 사실 체온을 회복하기 위해 뇌혈관이 확장돼 생기는 것이다. 오 교수는 “두통이 있을 때 초콜릿을 먹으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혈당을 높이고 카페인 금단 상태를 깨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인 알려면 ‘두통 일기’ 쓰는 게 좋아
두통이 생기기 쉬운 음식도 있다. MSG·아민·아스파탐·아질산염 등이 함유된 음식들이다. 두통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아민은 치즈·식초·초콜릿·양파·호두·콩·파인애플 ▶아스파탐은 청량음료·껌·디저트 ▶아질산염은 햄·소시지, 베이컨, 훈제 생선, 햄, 소금에 절인 소고기 등에 들어 있다. 물론 이들 물질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다고 두통과 직결되는 건 아니다. 이들 음식을 먹었을 때 두통을 경험하는 일이 많다면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밀가루·보리 등 곡류에 들어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도 두통과 연관이 있다. 오 교수는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밀가루 음식이 잘 안 맞는 경향이 있는데,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사람의 경우 글루텐 프리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 섭취를 줄일 것을 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습관으로 인한 두통을 줄이려면 ‘두통 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두통이 생겼을 때의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갑자기 바뀐 패턴은 없는지, 전날 잠은 잘 잤는지 등을 적어 놓는다. 나만의 두통 유발인자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어떤 요소가 내 두통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유발인자가 파악되면 일상에서 최소화하거나 피하도록 노력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이 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다. 혈당·카페인·첨가물 등 두통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두통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항상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 교수는 “두통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많지만, 두통은 몸이 항상성 유지 상태에서 벗어날 때 잘 생긴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면서 충분히 자는 것이 두통에서 해방되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군대에 가서 편두통이 사라지는 일이 제법 많다. 오 교수는 “하루 세끼 잘 먹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두통이 거의 없다”며 “나만의 두통 유발인자를 줄이고 건강한 습관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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