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은 우리나라 사람이 받는 가장 흔한 수술 중 하나다. 나이 들면 누구나 받는 통과의례 정도가 됐다. 비용의 문턱도 높지 않아 많은 사람이 백내장 수술을 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하는 주요 수술통계연보에서 매년 다빈도 수술 1위에 이름을 올린다. 연간 수술 건수가 가장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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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 수술 후 안구건조 후유증
그렇다 보니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집도의에 따라 적게는 10명 중 1명, 많게는 절반 정도 백내장 수술 후유증으로 안구건조증을 겪는 환자를 접한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황규연 전문의는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안구건조증을 겪는 환자는 경험적으로 볼 때 10% 정도 되는데, 이것도 적지 않은 빈도”라며 “환자 수가 많은 만큼 후유증을 겪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생기기 쉬운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이다. 백내장 수술은 각막을 절제하고 혼탁해진 수정체를 빼낸 뒤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이 과정에서 각막 표면이 불규칙해지거나 흰자위의 상피가 손상될 수 있다. 황 전문의는 “흰자위 상피는 점액질이 분비되는, 안구건조증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수술 시 쬐는 현미경의 강한 불빛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는 “수술 과정에서 각막 신경이 손상될 수 있고, 강도 높은 현미경의 빛은 그 자체로 광독성을 띨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관리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다. 수술 후 관리를 위한 안약에 함유된 소량의 방부제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황 전문의는 “수술 후에 안약을 한 달 정도 처방하는데, 이들 안약에 들어 있는 소량의 방부제가 각막 표면을 안 좋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수술 후 일정 기간 세안을 못 함에 따라 눈꺼풀 기름샘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도 안구건조증을 유발·악화하는 요인이다.
이렇게 생긴 안구건조증은 백내장 수술 후 한 달까지 지속하다가 보통 3개월 후면 수술 전 상태로 회복한다. 오래 가도 6개월 정도면 호전된다. 하지만 문제는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가 대부분 고연령층이라는 점이다. 이 나이대에는 백내장을 비롯한 안과 수술을 받지 않아도 안구건조증이 심해지기 시작한다. 즉 시력을 회복하는 대신 불편감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안구건조증과 관련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안구건조증 치료, 백내장 수술 결과 좌우
백내장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생겼다면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안구건조증을 위한 다양한 안약(스테로이드제제) 처방과 함께 경구약이나 레이저를 통해 염증을 낮춰 준다. 또 수술 후에는 선글라스나 보안경을 사용해 자외선 노출을 차단해 주는 것이 좋다. 또 눈꺼풀 세정제로 눈 주변을 잘 닦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때 물티슈 사용은 오염 정도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권장되지 않는다.
만약 백내장 수술 전에 안구건조증이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먼저 안구건조증을 치료한 뒤에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 본인도 모르게 안구건조증이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황 전문의는 “안구건조증을 4단계로 분류하는데, 3단계에 있는 사람의 경우 각막 표면에 손상이 많이 돼 있고 수술 후 결과도 좋지 않기 때문에 안구건조증에 대한 처치 후에 수술을 권한다”며 “이때는 눈물이 배출되는 구멍을 하나씩 막아 눈물이 고이게 하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안구건조증이 있는 경우 수술 전 처치가 중요한 이유는 백내장 수술 효과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김동현 교수는 지난해 백내장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2주간 안구건조증 적극 치료군과 무처치군을 비교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적극 치료군의 경우 수술 후 인공수정체 도수 예측 정확성이 무처치군보다 현저히 높았다. 연구를 진행한 김 교수는 “안구건조증은 백내장 수술 전 각막 계측 검사에 오차를 일으켜 인공수정체 도수 결정에 오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라며 “따라서 수술 전에 안구건조증 관리를 먼저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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