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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고향서 살고픈 2030 “전공 살릴 일자리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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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

⑥지역에 사는 청년들



관광경영학 전공한 광주 20대 “지역은 대부분 생산직”

의성서 창업 30대 “주거·교통·의료 인프라 너무 없다”


한겨레

호피홀리데이 맥주공방 대표 김예지씨가 9일 오후 경북 의성군에 있는 공방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지역 인프라 부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의성/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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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늙거나 소멸하고 있다.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떠나길 꿈꾼다. 이유는 두가지다. 지역엔 일자리와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만난 광주·전남과 대구·경북, 강원 지역 청년 20명은 대체로 살고 있는 곳에 뿌리박고 살길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두가지 문제를 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대선 후보들에게 호소했다.
한겨레

김은서(25)씨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다. 관광산업 분야나 마케팅 일을 해보고 싶었다. 졸업 전 정부 청년인턴사업으로 광주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한 플랫폼 업체에서 6개월 동안 마케팅 일을 했다. 몇몇 고객사를 유치하는 실적도 올렸는데, 회사는 정식 채용을 거부했다. 다른 사람을 인턴으로 뽑고 정부 지원금만 거듭 챙겼다.

이후 상황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포털 ‘워크넷’에 게시된 광주·전남 지역 채용공고 3200여개 가운데 대졸 이상 신입사원을 뽑는 광고·마케팅·여행업 직종은 6곳뿐이었다. 같은 조건으로 서울·경기 지역에선 200여곳이 나왔다. 그나마 면접을 본 광주의 한 마케팅 회사는 실제 업무가 경리에 가깝다고 했다. “(지역 채용공고는) 포스코 연계기업이나 항운회사가 대부분인 고향 전남 광양시도, 광주형일자리가 생겼다는 광주도 생산직이 대부분이에요. 지역 청년들이 사무직에서 일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고, 일한다 해도 대부분 남성이죠.”

김씨는 비싼 집값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 “저도 고향에서 집밥 먹으면서 살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나주혁신도시처럼 공기업만 비수도권으로 이전하지 말고 굳이 본사가 서울에 없어도 되는 대기업들이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는 대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김예지(31)씨는 어쩌면 김은서씨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고향인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집값과 생활비가 많이 들지만, 그만큼 연봉도 많고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서울에서 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이후 맥주공방 창업을 기획했고, 창업 지원금을 주는 경북 의성군에 자리잡았다. 의성은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인구증감률과 청년순이동률, 조출생률 등 8가지 지표를 통해 지정한 89곳 ‘인구감소지역’ 시·군·구 중 하나다. 김예지씨가 소멸하는 지역에 재유입된 청년인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의성에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느낀다. 우선 집을 마련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부동산 매물이 나온 게 거의 없었고, 겨우 찾아내더라도 가격이 만만찮았다. 청년주거단지에 36㎡ 규모 원룸 형태 연립주택에 입주하게 됐는데, 도시가스가 없어 겨울에는 기름보일러 연료비만 월 21만원씩 나왔다. 월세(26만원)와 전기료 등을 합하면, 주거 비용만 월 50만원이 들어간다.

교통과 의료 인프라도 열악하다. 버스 노선이 적은 데다 결제도 현금만 가능하다. 서울이나 대구에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해결되는데, 의성에선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를 해야한다. 군청 소재지에 있는 병원은 간단한 진찰만 할 수 있어 치료를 받으려면 대도시로 가야 한다. 배달 앱을 켜면 배달 가능한 음식점이 없다며 ‘텅~’이라는 메시지만 뜬다. 문화 공연은 꿈도 꿀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나름 열정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해요. 대선 후보들이 지역의 주거, 교통, 의료 등 기본 권리에 대한 균형부터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을 거에요.”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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