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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장거리 우주여행시 '뇌 손상', 심각하고 오래 간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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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선에 탑승해 있다.[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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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간이 지구보다 중력이 훨씬 약하거나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장기간 활동을 할 경우 생각보다 뇌 손상이 심각하고 오래 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왕복 1년 이상이 걸리는 화성 유인 탐사 등 심우주 탐사를 시도하기 위해선 인공 중력의 개발과 적용 등 과학기술의 진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럽우주청(ESA)과 러시아우주국(Roscosoms)은 최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간 체류한 남성 우주비행사 12명을 상대로 우주 여행 이전과 이후 측정해 보니 뇌가 부풀어 오를 뿐만 아니라 신경망이 재구성(rewire)되는 등 큰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우주비행사들은 평균 172일 가량 장기간 ISS에 머물렀던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뇌 내부의 연결성과 구조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확산(diffusion) 자기공명영상촬영기(dMRI)로 뇌를 찍은 후 3D 재구성을 통해 뇌 신경망의 변화를 관찰했다. 이 결과 우주비행사들의 뇌에선 회백질과 백질의 양이 동시에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역할을 하는 회백질과 이를 신체의 각 부위로 연결하는 통로인 백질로 구성돼 있다. 특히 뇌의 크기 변화도 관찰됐는데, 좌우의 대뇌반구가 만나는 부분인 뇌량 부분이 가장 심했다. 이전 연구에서도 우주비행으로 인한 뇌량의 구조적 변화가 관찰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은 뇌의 빈 공간인 뇌실이 팽창해 뇌량 주위의 신경 조직을 이동시켜 모양이 바뀐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뇌에서 여러 종류의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들의 신경 연결이 변하는 것도 발견했다. 즉 우주비행사는 지구와 달리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자신의 이동 전략을 과감하게 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뇌의 신경망이 재구성(rewire)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주비행사들의 이같은 뇌의 변화는 귀환한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에 돌아 온 지 7개월이나 지난 우주비행사의 뇌에서도 이같은 변화가 관측됐다.

연구팀은 성명에서 "이전까지는 뇌의 운동 담당 영역이 우주 비행 이후에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했었다면 이번에는 이같은 변화가 뇌의 운동 영역들의 연결 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류의 장기간 우주 활동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인공중력과 같은 미래 기술의 연구 및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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