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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산나 마린 총리 “핀란드 젊은 사자들 정말 대단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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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 러시아 격파하고 男 아이스하키 첫 금메달

세계일보

지난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핀란드(파란 유니폼)와 러시아(흰 유니폼) 선수들이 문전에서 격렬한 몸싸움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정말 대단한 레이요낫(leijonat)이군요!”

1985년 11월 태어나 올해 36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행정수반’이라 불리는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일부다. ‘레이요낫’은 핀란드어로 사자들(lions)이란 뜻인데 핀란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별칭이기도 하다. 이날 폐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핀란드가 ‘숙적’ 러시아를 누르고 이 종목 첫 금메달을 따낸 것을 경축하는 의미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즈음한 시기 소련(현 러시아)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입는 등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악연’이 깊다. 이런 핀란드가 러시아를 상대로 일군 값진 승리는 요즘 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 불안에 떠는 우크라이나에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선사한다.

마린 총리는 핀란드의 금메달 소식을 접한 뒤 SNS 글에서 자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가리켜 “정말 대단한 사자들”이라며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뜨겁게 축하한다”고 적었다. 이어 “참으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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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올해 36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행정수반이다. 마린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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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체코 등과 함께 오랜 시간 왕좌를 다퉈 온 세계 남자 아이스하키의 강호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은메달을 따낸 이 래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은메달 2개와 동메달 4개 등 총 6개의 메달을 가져갔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핀란드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만년 우승후보’라는 별로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우려 탓에 세계 최강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속한 미국과 캐나다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챔피언 러시아의 독주가 점쳐졌다. 결승전에서도 러시아는 핀란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얻어 쉽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듯했다. 하지만 핀란드 사자들은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2피리어드 중반까지 2배 가까운 슈팅수를 기록하며 러시아를 밀어붙였고 결국 동점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핀란드는 급기야 3피리어드 시작 31초 만에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2대1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핀란드 선수들은 일제히 헬멧을 집어던지고 빙판으로 뛰쳐나와 뜨겁게 부둥켜안고 포효하며 사상 첫 금메달을 자축했다.

핀란드는 1939년 11월 이웃 소련의 침공으로 영토를 빼앗긴 아픈 과거가 있다. ‘겨울전쟁’으로 불리는 이 싸움 당시 핀란드군은 병력과 장비 면에서 월등히 우세한 소련군을 상대로 끈질기게 저항하며 되레 큰 타격을 입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록 국력의 열세를 견디지 못하고 개전 4개월여 만인 1940년 3월 항복하긴 했지만, 소국 핀란드 국민들이 똘똘 뭉쳐 소련을 혼쭐낸 역사는 지금도 인근 강대국의 괴롭힘에 시달리는 약소국들 사이에 귀감이 되고 있다. 요즘 러시아의 횡포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 입장에선 핀란드가 러시아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시에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을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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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러시아를 누르고 우승한 핀란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건 채 포효하고 있다. 베이징=EPA연합뉴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핀란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 등 총 8개의 메달을 따내 16위에 올랐다. 마린 총리는 SNS 글에서 이 숫자를 언급하며 “성공의 뒤에는 언제나 고된 시련이 있는 법”이라며 “우리 대표팀의 메달리스트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또 핀란드와 핀란드팀을 대표한 모든 운동선수들한테 고마움을 표한다”고 인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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