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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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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과학·가짜뉴스 걸러내려면 우선 스스로를 회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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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쁜 과학 대처법'

연합뉴스

가짜뉴스 페이크 뉴스 (PG)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국 물리화학자 라이너스 폴링(1901∼1994)은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인물이다. 1954년 노벨화학상에 이어 1962년 반핵운동을 펼친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말년의 그는 비타민C를 많이 먹으면 감기를 비롯한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몸 속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물질을 질병 예방에 쓸 수 있다는 '분자교정 의학'을 주창했다. 그러나 그는 임상 연구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엉터리 과학인데도 노벨상 수상자의 견해라는 이유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나쁜 과학 대처법'은 라이너스 폴링의 대체의학을 "뛰어난 과학자가 자기 전문 분야 너머로 진출하여 잘못된 원리를 다른 분야에 적용한 완벽한 사례"로 꼽는다.

미국 예일대 임상신경학 교수인 스티븐 노벨라는 16년 동안 과학적 회의주의를 주제로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이 책은 팟캐스트에서 오간 논의를 토대로 과학적 정보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저자들은 지적설계론부터 가짜뉴스까지 세상의 수많은 정보를 모두 회의의 대상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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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학적 회의주의는 어떤 지식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철학적·냉소적 회의주의와 달리 알 수 있는 것을 환상과 희망, 편견과 전통으로부터 분리하는 데 힘을 쏟는다. 우선 스스로의 한계 또는 착각을 인식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더닝-크루거 효과다. 가장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대다수는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모르고 있으며, 세상의 지식은 우리의 짐작보다 더 많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이비과학은 결론을 내놓고 이를 입증할 논증을 거꾸로 맞춰 간다. 하나의 사례를 토대로 기본 원리를 제시하고, 비판을 받으면 박해한다고 주장한다. 복잡한 문제에 쉽고 단순한 해답을 약속한다. 지적설계는 진화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생물학적 구조가 있으므로, 강력한 지적설계자가 그것을 창조했음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종교적 의도를 떠나, 특정한 믿음이 참이 아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참이라는 논리적 오류다. 미확인비행물체(UFO) 옹호자들의 주장도 대체로 여기에 속한다.

회의주의적 사고를 익히면 마침내 일상의 구체적 문제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비판적 사고의 원칙들을 먼저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기를 회의주의의 첫 번째 규칙으로 꼽는다. "자신에게서 편향과 오류를 제거하겠다는 목표는 결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는 그저 늘 경계하고 그것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문학수첩. 이한음 옮김. 520쪽. 1만8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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