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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윤석열, 김대중 생가서 “위대한 정신 계승”…여권 지지층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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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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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보수정당 주자로는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위대한 김대중 정신을 잘 계승해야 한다”며 호남 민심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에 가깝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추구하는 김대중 정신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준석 대표가 호남 득표율 목표치를 30%로 올린 가운데, 김 전 대통령 하의도 생가까지 방문하며 ‘이재명의 민주당’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과 분리하는 전략으로 호남의 민주당 이탈층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23일 전남 목포에서 배를 타고 신안군 하의도로 이동해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에 “김대중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한 국민통합 정신입니다. 위대한 정신입니다”라고 적었다. 기자들에게는 “(김 전 대통령이) 태어나서 어릴 때 성장하신 이 하의도를 방문하고 생가를 찾아뵈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윤 후보의 호남 방문은 이달에만 네 번째로, 호남 표심 구애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전남 목포역 유세에서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께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늘 강조했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했다”며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등 ‘김대중’이라는 이름을 15차례나 거론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많이 있어 여러 차례 심판을 받았다”고 반성하면서도 “그런데 지난 5년 동안에 민주당 정권의 외교안보·경제·정치 보지 않았나. 이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디엔에이(DNA)가 담긴 민주당이 맞냐”며 날을 세웠다.

윤 후보는 “대장동 부정부패의 몸통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을 망가뜨린 사람들이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구성하고 있는 주역들“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어 “우리 목포시민 여러분께서 이번 3월 9일 부패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해주신다면 저와 국민의힘은 양식있고 존경받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고 목포의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양식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과의 협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정치 보복, 호남 홀대 우려를 불식하면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를 부패·무능 세력으로 낙인 찍은 것이다.

목포역에 모인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빨간 풍선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하지만 ‘촛불국민을 사법처리 하실 겁니까’ ‘선제타격 발언 규탄’ 등의 손팻말을 든 시민들이 “윤석열 나가라”고 항의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윤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목포와 하의도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여권에서는 ‘색깔론을 꺼내든 윤 후보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전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윤 후보가) 색깔론이라는 칼을 꺼내 손에 들고, 오늘 의기양양하게 김대중 대통령님의 생가를 방문한다”며 “하늘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님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안무치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 이념으로 무장된 운동권 정권”으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공산당 좌파 혁명이론에 빠져 있는 소수”로 규정하며 선거전에 색깔론을 공공연히 꺼내든 윤 후보의 이중성을 꼬집은 것이다. 김대중 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상임고문은 “어둡고 엄혹했던 시기 권력자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색깔론의 최대 피해자가 김대중 대통령님”이라며 “정치보복을 공언하더니 급기야 무덤 속에 있어야 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 망령까지 또다시 끌어냈다”고 말했다.

목포/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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