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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법카' 허용한 선관위, 고무줄 잣대 지적에 "표현 자유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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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1일 오후 충남 공주시의 한 도로변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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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법카 초밥’, ‘소의 가족’ 등 네거티브 문구가 쓰인 현수막 사용을 허용한 것과 관련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작년 하반기부터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공직선거법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공직선거법 운용 기준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대상이 누구든지 공정하고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며 “선거의 공정과 평온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취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 현행 법 규정에 대한 비판과 제도개선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정당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간주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과 제도개선 요구가 있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과정에 참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선관위는 해당 규정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2013년, 2016년 2021년 총 3차례에 걸쳐 제출했으나 입법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을 나타내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성이 인정될 정도로 정당·후보자가 특정되고, 표현 내용이 특정 정당·후보자를 직접적·명시적으로 지지·반대하는 경우에 한하여 법 제90조에 위반되는 것으로 공정하고 일관되게 법규를 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선관위는 “법카로 산 초밥 10인분, 소고기는 누가 먹었나”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카 초밥’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소의 가죽’은 민주당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의 무속 논란을 각각 겨냥한 공격 포인트다.

선관위는 또 이번 대선을 앞두고 실명이나 사진이 첨부되지 않는 현수막의 경우에는 대부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민주당이 요청한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무당도 모자라 신천지가 웬 말이냐” 등의 문구 사용도 허용했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내로남불·무능’ 같은 현수막 문구를 금지했던 선관위가 올해 대선에서 이들 문구뿐 아니라 ‘굿당·신천지’ 같은 표현도 허용하자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고무줄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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