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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노무현의 노래, 이명박 먹방 이어갈 '60초 전쟁'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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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 막판 표심 가를 '1분의 승부' TV광고
이재명, 셀프디스에서 경제대통령 '감성 빌드업'
윤석열, 후보보다 국민 전면에...정권 교체 강조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공개한 대선 TV광고.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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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레이스에 '60초 전쟁'이 불붙었습니다. 짧은 영상에 대선후보의 비전과 슬로건을 담은 바로 TV광고 대결인데요. 공직선거법상 광고 한 편에 주어진 시간은 단 1분. 한 후보의 광고는 선거 기간 총 30회 전파를 타게 됩니다.

역대 대선에서 60초의 위력은 상당했습니다. 막말과 네거티브가 판치는 매운맛 대선에서 '감성 한 스푼'을 더하는 TV광고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쳐 왔죠. 특히 TV광고는 '내 편'이 아닌 상대 진영, 부동층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을 들이는 데요. 일단 60초 동안 시선을 붙잡았다면 성공이겠죠.

민심을 훔칠 '1분의 승부'. 단 60초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역대 대선을 수놓은 60초 전쟁의 승자들과 함께 살펴봤습니다.

"이재명을 싫어하시는 분들께..." 낮은 자세로 '이재명 다시 보기'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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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 TV 광고 '편지'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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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광고 콘셉트는 '이재명 다시 보기'입니다.

비호감도가 높은 이 후보의 단점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래도 이재명의 진심을, 능력을 다시 한번만 봐달라는 호소입니다. 이 후보를 마뜩잖아 하는 부정적 시선에도 낮은 자세로 다가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이란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 깔려 있죠.

첫 광고인 '편지' 편을 보실까요.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후보의 흑백 사진 속으로 "이재명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라는 한 중년 남성의 내레이션이 깔리며 시작됩니다. 이 남성은 "이재명은 말이 많아서, 공격적이라서, 어렵게 커서, 가족 문제가 복잡해서… 압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주십시오"라고 당부하죠. 그러면서 말합니다. "이재명은 흠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그의 상처 대부분은 약자 편에서 싸우느라 생긴 것"이라고 말이죠.

'셀프디스'로 시작된 이 광고는 "큰 미움이 있다 해도, 더 큰 질문을 해주십시오"라며 "너무나 힘든 코로나 위기 극복, 너무나 어려운 경제 위기 해결, 누가 더 잘해낼까. 유능한 경제대통령 기호 1번 이재명"이라는 말로 끝이 납니다.

셀프디스 원조는 MB... 인물론·경제대통령·감성 자극 공통점

한국일보

이재명 민주당 후보 TV 광고 '진심'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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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으로 공개된 '진심' 편은 이 후보의 '성남 눈물' 연설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지난달 24일 경기 성남 상대원 시장을 찾은 이 후보는 소년공으로 일하느라 교복을 입어보지 못했던 자신의 힘겨운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무상교복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는데요. 자신의 삶이 투영된 정책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정책 능력과 인간적 면모를 동시에 부각시키려는 의도였죠.

본인의 약점을 진솔하게 드러낸 뒤 강점을 봐달라고 호소하는 콘셉트의 광고는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TV 광고였던 '못난이 MB'편이 원조격으로 볼 수 있는데요.

"나는 인물이 참 없습니다. 목소리도 좋지 않습니다. 언변도 모자랍니다"로 시작된 이 광고는 "그러나 저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 손입니다"라며 자수성가한 이 전 대통령의 삶을 조명하죠. 마지막은 역시 경제였는데요. "거칠지만 함께 잡고 뛰기엔 믿을 만한 이 손과 함께 국민 성공시대로 달려가지 않으시렵니까.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 이명박"을 강조하며 끝이 납니다.

셀프디스로 시작해 어려움을 극복해낸 삶의 스토리로 설득하고, 경제 대통령을 약속하는 전개 과정이 이 후보의 광고 콘셉트와 많이 비슷해 보이죠. 인물론을 강조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공통 포인트입니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후보보다 일반 국민 앞세우며 정권교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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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TV 광고,'아이'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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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광고는 후보 대신 일반 국민의 모습을 앞세웠다는 점이 특이한데요. 광고에 정작 윤 후보가 나오는 장면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이' 편을 한번 보실까요. 아장아장 걸음마 하는 아이의 모습을 시작으로, "세상에 혼자 크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믿음과 응원으로 우리 모두는 성장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린 뒤 윤 후보가 등장합니다.

이어 택배노동자, 환경미화원, 소방관, 회사원, 학생, 경찰관, 간호사 등 일반 국민이 윤 후보를 보며 웃음 짓고 응원하는 모습들이 나오는 데요. "윤석열은 국민께서 키워주셨습니다. 국민이 계셨기에 오만한 정권과 기득권에 싸울 수 있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지죠. 국민의 부름을 받고, 국민이 키워 대선후보로 성장한 윤석열 후보의 스토리를 부각시키며, 정권교체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엔 바꿔야지" 국민이 후보 연설 지켜보는 장면 박근혜 광고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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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TV 광고, '국민'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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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편 역시 후보 대신 국민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텅 빈 시장골목, 홀로 가게를 지키며 괴로워하는 중년 남성 뒤로 켜진 TV 화면에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하는 윤 후보의 기자회견 장면이 흘러나옵니다. 길을 지나던 한 젊은 여성은 6월 윤 후보의 대선 출마 회견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죠.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습니다", "위대한 국민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윤 후보의 말에 국민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이어 취업 실패에 좌절하고, 부동산 값 폭등에 막막해하는 국민들이 이어진 광고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고,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꾸라고 국민은 윤석열을 불러냈고 키워냈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리고, 한 중년 남성이 윤 후보의 연설을 본 뒤 "이번엔 꼭 바꿔야지"라고 말하며 마무리됩니다. 현 정부를 향한 심판 정서를 전한다는 점에서 첫 광고와 메시지는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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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2012년 대선 TV 광고, '사투리'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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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앞세운 윤 후보의 광고 콘셉트는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전 대통령 광고와 유사한데요. 당시 '사투리' 편은 시장 상인들이 켜 놓은 TV에서 박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상인들이 구수한 사투리로 호응하며 "그랑께, 확 바꿔부러", "맞대이, 이번에 확 바꿔부러 마!"라고 외치는 장면이 연달아 이어집니다. 윤 후보 광고 '국민 편'에 등장한 첫 장면과 매우 닮아 있죠.

국민이 주인공인 TV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도 선보였는데요. 2017년 대선 당시 공개한 첫 TV 광고 '행복의 나라' 편에서 문 대통령은 10초가량만 등장하죠. 대신 광화문 광장의 촛불 집회 장면을 시작으로, '국가가 아이를 보살피는 나라', '청년의 꿈을 지켜주는 나라' 등 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시민들의 모습으로 풀어서 소개하는 영상이 이어지죠. 국정농단 사태로 좌절하고 분노한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한 의도였다고 하죠.

'부끄럽지 않은 정치' 심상정 "아이들 미래 위해 지워진 목소리 꺼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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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온라인 광고 '부끄럽지 않은 정치가, 됩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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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TV 광고를 따로 만들지 않았는데요. 유튜브 등 소통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큰돈이 드는 TV 광고는 가성비가 낮다는 판단이죠.

심상정 후보는 대신 온라인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정치가, 됩니다' 편을 보면,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실언과 막말이 전파를 타는 가운데 이를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응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차례로 비춰집니다. 이후 "아이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워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꺼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심 후보의 목소리가 들려오죠. 여성, 노동, 환경 등 약자와 미래의 편에 서겠다는 심 후보의 정치 소신을 부각시키며 양강 후보와 차별화를 꾀한 콘셉트로 보입니다.

시대정신 담고, 진정성 어필하고... TV 광고 승자는 대선까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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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대선 TV 광고, '상록수'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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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선에서 TV 광고의 승자는, 대선의 승자로까지 이어졌는데요.

TV 광고가 처음 허용된 14대 대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내세운 콘셉트는 문민정부 시대를 열어갈 깨끗하고 청렴한 대통령이었습니다. 30년 넘게 살아온 서울 상도동 자택을 배경으로 찍은 이 광고는 김 전 대통령이 새벽부터 동네 사람들과 조깅하는 모습을 담았는데요. "집 한 칸 땅 한 평 늘려본 적이 없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대통령이 된다 해도, 임기를 마치면 빈손으로 이 집에 돌아와 살 것"이라는 약속도 담았죠. 새벽, 달리기, 깨끗함 등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한 '신한국'과 맞닿아 보입니다.

'신한국' YS, 청렴 강조... 경제 위기 극복 희망 담은 'DJ와 함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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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2007년 대선 TV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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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룹 'DJ DOC' 노래를 개사해 'DJ와 춤을'이라는 광고를 내보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IMF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 안성맞춤이었죠. "김대중과 함께라면 든든해요/모든 문제 해결할 수 있어요/준비되어 있는 우리 대통령/ DJ로 만들어봐요." 흥겨운 멜로디에 맞춰 고령의 DJ와 김종필 전 총리, 박태준 전 총리가 리듬을 맞추는 모습은 당시로선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네요.

대선 TV 광고의 가장 히트작은 16대 대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가수 양희은의 '상록수'를 불렀던 장면 아닐까 싶은데요. 애창곡을 담담하게 열창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 가운데,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 노무현, 국민 여러분만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깔립니다. 노 전 대통령이 눈물 흘리는 얼굴을 클로즈업한 '눈물' 편도 유권자의 감성을 크게 흔들었던 TV 광고로 꼽히는데요.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해 도전해왔던 '바보 노무현'의 스토리가 있었기에 울림은 더 컸습니다.

통기타 치며 노래 부른 노무현, 국밥 먹방 MB... '서민대통령'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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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2012년 대선 TV 광고, '상처'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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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TV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들른 이 전 대통령에게 욕쟁이 할머니는 싸움질만 일삼는 정치권을 향해 한바탕 구박을 쏟아내다 "밥 처먹었응께, 경제는 꼭 살려라"고 당부합니다. 이 전 대통령의 서민적 모습과 경제 전문가 이미지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광고였죠. 이 전 대통령의 먹방이 뒤늦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18대 대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TV 광고 '상처' 편은 박 전 대통령의 오른쪽 얼굴을 비추며 시작됩니다. 한나라당 대표시절이던 2006년 괴한에게 습격당해 오른쪽 뺨에 11㎝의 자상(刺傷)을 입은 일을 떠올리게 하죠. 당시 사건 현장 사진부터 쾌유를 응원하는 지지자들 사진까지 이어지죠. "여러분들이 저를 살렸습니다. 그때부터 남은 인생 국민들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 저를 바칠 차례입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국민을 향한 헌신을 강조하며 끝이 나죠.

클로즈업된 박근혜의 상처, 편집 없이 전해진 문재인의 눈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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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2017년 대선 TV 광고 '사진작가' 편.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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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TV 광고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건 '사진작가' 편이었는데요. 광고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종우씨의 내레이션과 함께 '세월호 3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얼굴을 1분 동안 편집 없이 비춰줍니다. 행사 초반 담담한 표정을 보이던 문 대통령은 애써 눈물을 참다가 결국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광고는 "가슴 아픈 일에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가 되죠.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참사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국민과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공감의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한 광고였습니다.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그래서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1분 남짓한 짧은 광고에 온전히 담아내기는 참 어려운 일이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일은, TV광고를 통해 보여준 무수한 약속과 다짐을 실제로 지켜나가는 과정일 겁니다. TV 광고 속 이미지를 넘어 진짜 실력자를 가려내는 일. 눈 밝은 유권자들의 몫으로 또 남겨졌습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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