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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역대급 실적잔치에 우는 은행원들?"…디지털화 감원에 정규직 3502명 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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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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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은행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3502명의 정규직 행원이 짐을 쌌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서슬 퍼런 칼바람이 되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점포 방문자 수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지점 326개가 문을 닫았다. 과거의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꺼내든 고육책이었다면 지금은 정례화 경향을 띤다.

◆은행권에 부는 '디지털 감원' 바람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디지털 전환으로 지난해 정규직 은행원 3502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15개 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은행 등)의 임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9만661명이던 정규직 직원은 지난해 9월 8만7159명으로 3502명(3.9%) 줄었다. 같은 기간 임원은 381명에서 397명으로 늘어 정규직 감소와 대조를 이뤘다.

15개 은행 중 12곳이 정규직 직원을 감원했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지방은행인 광주은행 등 3곳만 정규직 직원을 늘렸다.

전국 은행 지점과 ATM기도 사라졌다.

2019년 9월 4871개이던 지점 수는 지난해 9월 4545개로 326개(6.7%) 감소했다. ATM기는 이 보다 더 큰 폭인 12.8%, 4370개가 정리됐다.

정규직 직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하나은행으로, 해당 기간 1만2755명에서 1만1635명으로 1120명(8.8%)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하나은행 비정규직은 918명에서 1151명으로 25.4% 늘었다. 임원의 경우 등기임원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집행임원이 줄어 전체 임원이 31명에서 24명으로 축소됐다.

KB국민은행은 정규직 직원이 1만6499명에서 1만5529명으로 970명(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은 1094명에서 1579명으로 44.3% 급증했다. 임원도 65명에서 72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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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이전으로 폐쇄된 서울 강동구 KB국민은행 천호동지점에 영업점 통폐합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해당 영업점은 국민은행 천호역지점으로 통합되어 운영된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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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2019년 1만4169명이던 정규직 직원이 2021년에는 542명(3.8%) 감소한 1만3627명이었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직원이 1만3635명에서 1만3149명으로 486명 줄었다. 이에 비해 NH농협은행은 1만3585명에서 1만3524명으로 61명이 감소에 그쳤다.

지방은행은 광주은행을 제외하고 경남은행(-5.8%), 제주은행(-3.8%), 부산은행(-3.6%), 대구은행(-2.6%), 전북은행(-0.5%) 순으로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인 만큼 각 은행에서는 어떤 지역의 점포를 정리하고 통폐합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면서 "일련의 변화들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거대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갈 곳 잃은 은행원들


'울고 싶다'는 희망퇴직 은행원의 하소연에 일각에서는 "(회사에서) 거액의 위로금도, 재취업 교육도 시켜주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말 연초를 기점으로 쏟아져 나온 명퇴자 대부분은 제2의 인생에 무방비한 상황이다. 나이가 들어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최저 임금 인상으로 창업 또한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퇴직자 대상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퇴직 후 경제활동 수단을 찾는 건 전적으로 개인 몫이다.

A은행에 다니는 K모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악물고 버텼는데 디지털 전환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다. 3년치의 연봉을 위로금으로 주는데 기회를 놓치면 이것도 못 받을 수 있어, 몇번을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유명 프랜차이즈는 이미 포화상태라 신규 출점이 어렵고, 신도시에서 가끔씩 나오는 점포 자리는 대기자만 수십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듣보잡' 프랜차이즈는 바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검증이 안된 상황이라 창업했다가 '홀랑 망하기'라도 하면 남은 인생은 빚만 갚다가 끝날까봐 두렵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원을 활용하려는 금융사와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퇴직자 재취업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앞으로 디지털화로 은행들은 몸집을 급격히 줄일텐데, 이건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면서 "중장년층 퇴직자의 활용 대책은 청년 일자리 만큼 중요한 문제다. 사회를 위해 금융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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