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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윤석열-안철수 정면충돌, 양측 설명 어디에서 엇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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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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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21일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부 데이터 개방 관련 답변을 들은 뒤 눈을 감고 고개를 젓고 있다. |M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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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27일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자, 국민의당은 “일방적 까발리기”라고 비판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10일 앞둔 시점에서 야권 단일화 논의가 양측의 거리 좁히기보다는 책임론과 감정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양측이 동상이몽을 확인하면서 대선 4자구도가 막판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 단일화 변수가 소멸되는 대신 안 후보와 중도층 표심을 두고 양강 후보의 표심 쟁탈전이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제가 지금까지 단일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공개가) 단일화 과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면서 구체적인 협상 과정을 밝혔다. 윤 후보는 “단일화를 열망해오신 국민들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 회견 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협상 경과’라는 A4 5장 분량의 자료를 취재진에 배포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윤 후보)고 단일화 문을 열어 둔 상태에서 비공개로 이뤄진 협상 일지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정리한 경과와 국민의당이 반박한 내용을 종합하면 단일화 협상은 이달 초부터 다양한 선에서 진행됐다. 이후 다른 협상 창구가 정리되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주된 협상 당사자로 의견을 교환했다. 수 차례 접촉이 오간 것은 양측이 인정한다. 다만 협상 당사자의 지위와 내용 등을 두고 말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에게 ‘이 (총괄)선대본부장이 전권을 가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며, 장 의원과 이 선대본부장을 각각 양측의 ‘전권 대리인’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전권 대사 이런 개념은 없다”(안 후보),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이 선대본부장)이라고 했다.

투표용지 인쇄(28일) 직전인 26~27일 두 차례 비공개 회동은 양측이 인정한다. 장 의원과 이 선대본부장은 지난 26일 오후 2부터 4시, 이날 오전 0시40분부터 오전 4시까지 비공개로 만났다. 윤 후보는 전날 회동에서 최종합의를 이뤄 두 후보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겨둔 상태라고 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오늘 새벽 회동에서) 안 후보측이 제가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 열어서 회동을 공개 제안해달라고 해 수락했다”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전날 회동에서 ‘최종합의’는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선대본부장은 입장문에서 “단일화 관련 의견들이 오갔고, 윤 후보 측이 구상하고 제시하는 단일화 방향과 내용이 상호 신뢰를 담보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봤기에 오늘 아침 최종 결정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합의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공동정부 운영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핵 공유나 코로나 지원 등에서 두 후보 공약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리가 아니라) 인수위원회부터 공동정부를 위해 노력하는 논의는 있었다”고 말했다.

협상에서 안 후보가 앞서 단일화 방식으로 제안한 여론조사 국민경선이 논의됐는지를 두고도 양측이 충돌했다. 윤 후보는 회견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고, 여론조사 방식을 역선택인지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는 요청 있었다”며 경선 없는 단일화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안 후보는 전남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테이블에 저희가 그것(국민경선)을 올렸는데 협상 테이블에 없었다는 건 협상 상대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입장이 엇갈리면서 공방은 감정전으로 흘렀다. 국민의당은 강경 반발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문자와 전화 폭탄을 보내는 것을 두고 “협상 파트너로서의 태도인지, 당에서 공식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 선대본부장은 입장문에서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추어 일방적으로 까발(렸다)”, “책임회피를 위해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라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안 후보가 오전부터 국민의힘을 비판한 것을 들어 “당혹스럽고 좀 의외”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단일화 협상 경과를 전격 공개한 것은 안 후보와의 ‘극적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출구전략 가동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단일화를 요구해 온 지지자들에게 협상 과정을 알리고, 공개 회동제안으로 단일화 결렬의 책임론을 국민의당에 넘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지난 24일과 25일 보낸 회동제안 문자를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윤 후보가 안 후보 자택을 찾으려던 계획이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방문은 파국이니 시도하지 말란 얘기를 들어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대선 최대 변수로 꼽히던 야권 후보 단일화의 문은 거의 닫히는 모습이다. 윤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박빙의 맞대결을 벌이는만큼, 남은 10일동안 안 후보 지지자 중 ‘정권심판론’을 지지하는 이들을 흡수하려는 행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정인·유설희·조문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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