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력 가능성 관측…서방 제재와 중러 협력 사이 '줄타기'
베이징의 디디추싱 사옥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러시아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가 돌연 이를 번복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벌이는 중국 기업이 서방 주도의 제재와 중·러 협력 강화라는 자국 정부의 정책 사이에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디추싱은 지난 2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를 통해 "러시아 서비스는 중단되지 않고 향후 계속 러시아 운전자와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잘해나갈 것"이라며 러시아 사업 철수 계획을 번복했다.
디디추싱은 철수 계획을 번복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21일 러시아어 홈페이지를 통해 내달 4일부터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 시점이었다.
디디추싱이 러시아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은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러시아 제재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중국 당국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전방위 경협 확대의 틀을 마련하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비한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
따라서 디디추싱의 결정 번복에는 당국으로부터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반대하는 가운데 디디추싱의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은 (외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6월 미국 상장 강행으로 중국 당국의 눈밖에 단단히 난 디디추싱은 아직 당국으로부터 인터넷 안보 심사를 받고 있어 당국의 정책 방향에 더욱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때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던 디디추싱은 지난 6월 당국의 암묵적 경고 속에서도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했고 당국은 이 회사를 상대로 전례 없는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한 것을 시작으로 전방위 규제를 가하고 있다.
마윈(馬雲)이 세운 알리바바와 더불어 중국 당국의 양대 규제 표적이 된 디디추싱의 사업은 크게 위축되면서 이 회사가 최근 1만5천명가량의 중국 정규직 직원 중 약 20%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가장 최근 발표된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11% 이상 감소했고, 매출은 줄고 각종 비용이 커지면서 손실도 1조원대 이상으로 커졌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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