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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가족 중 확진자 있어도 등교? 첫날부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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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 22만명… 불안한 개학

가족 확진땐 13일까진 등교불가

교육부, 갑자기 자가진단앱에서 ‘동거인 확진’ 묻는 문항 2개 삭제

“그냥 학교 가도 되냐” 문의 빗발

2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노원구 태랑초 앞은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학교보안관은 연신 “거리를 두면서 들어오세요”라고 목청을 높였다. 아이가 쓴 마스크를 꾹 눌러주고 돌아서는 엄마도 있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체온계에 손목을 갖다 대 열을 재고 손 소독까지 한 뒤 칸막이가 설치된 자리에 앉았다. 2학년 외손녀를 데려다 준 편인목(77)씨는 “신발장까지 손을 잡고 같이 갔다”며 “손 소독하고 칸막이 친 책상에 앉는 것까지 창 너머로 보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고 했다.

코로나 일 신규 확진자가 21만9241명까지 나온 이날 전국 1만2000여 초·중·고교와 330여 대학이 일제히 개학했다. 오미크론 대유행 국면에서 일단 대부분 대면 수업으로 불안한 새 학기 출발을 알렸다. 2일에도 오후 11시 현재 19만명에 육박하면서 유행 폭증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새 학기 첫날 수업은 ‘자가진단키트 사용법’ -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대전 서구 삼천초등학교의 6학년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자가진단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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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3학년 딸을 둔 정모(45)씨는 “하루 확진자가 20만명 넘었다는 뉴스를 보고 아침까지도 고민했다”면서 “일단 등교는 시키는데 ‘절대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600여 초교에 개학 첫 2주간 등교 방침을 조사한 결과, 70%는 전 학년 매일 등교, 25%는 3~6학년 원격 수업 병행, 5%는 3~6학년 전면 원격 수업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1~2학년은 대부분 매일 등교다. 울산, 전북 등 일부 지역은 ‘전면 등교’가 원칙이다. 하지만 교내 확진자가 늘면 언제라도 원격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서울 동작구 한 초등학교는 학부모 설문조사를 거쳐 전면 등교를 결정했지만, 이날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5개 학급은 3일부터 원격 수업으로 변경했다.

대면 수업을 확대하면서 개강한 서울 각 대학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는 대거 지각 사태가 벌어졌다. 인근 지하철역에서 학교 안까지 들어가는 셔틀버스에 너무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서울대 2년생 이모(20)씨는 “50분 넘게 셔틀버스를 기다려 타느라 수업에 30분 늦었다”면서 “작년에는 가끔 대면 수업을 했기 때문에 셔틀버스가 한산했는데 이렇게 붐빌 줄 몰랐다”고 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상당수 대학에서는 대면 수업을 하겠다고 공지한 일부 수업이 갑자기 비대면으로 바뀌는 일도 속출했다. 강의실에 좌석 칸막이 설치가 채 안 됐거나 담당 교수가 “확진자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한 경우다. 입학하고 처음 캠퍼스를 가 본 연세대 김가현(21)씨는 “강의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 동기와 한참 찾아다녔다”고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4년생 강진주(24)씨는”떨어져 앉는다고 해도 감염 위험이 있지 않으냐”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채용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렵다”고 했다.

교육 당국이 최근 바뀐 방역 지침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혼선도 빚어졌다. 교육부는 2일 아침 갑자기 학부모가 매일 자녀의 코로나 관련 증상을 입력하는 ‘자가진단앱’ 항목 중 ‘동거인 중 재택치료자가 있는지’ ‘자가 격리 중인지’ 묻는 문항 2개를 삭제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이 지난 1일부터 확진자 동거인 격리 의무를 폐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교는 13일까지 이 바뀐 지침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생은 가족 중 확진자가 있으면 학교에 갈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질문들을 일방적으로 삭제해버리면서 온라인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아이가 이번 주까지 등교를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 앱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니 동거인 중 재택치료자가 있는지 묻는 문항이 사라져 ‘등교 가능’으로 뜬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아이가 확진됐다가 나았는데 다시 가족이 확진되어 격리 중이면 아이가 등교가 가능한지, 등교 중지되면 수업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면서 “안 그래도 신학기 땐 정신이 없는데 방역 지침까지 복잡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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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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