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 부차 마을에서 한 주민이 자전거를 끌고 도로에 방치된 러시아군 차량 잔해를 지나가고 있다. 키예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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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철수하는 등 정부도 현지 상황에 따른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국 국적의 생후 1개월 쌍둥이가 여권도 없는 상태에서 루마니아로 탈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키이우에서 안전지역 이동
3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근무 중인 김형태 대사와 잔류 공관원 전원, 이동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 6명이 키이우 이외 다른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외교부는 키이우 시내 군사적 위협상황 고조로 공관기능 수행 및 공관원 안전 보장이 어려워짐에 따라 공관 이동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당초 우크라이나 현지에 교민이 남아 있는 한 키이우 공관을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키이우 포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현지 상황이 악화하고 이동을 희망하는 교민도 대부분 키이우를 빠져나오면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 업무를 재개하기 전까지는 폴란드 국경에서 가까운 서부 르비우(리비프) 임시사무소와 루마니아 인근의 체르니히우 임시사무소에서 교민 지원 업무를 맡는다. 우크라이나 내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전날 오후 10시(현지시간 오후 3시) 기준 42명이다. 이들 중 26명은 잔류를 희망하고 있으며 12명은 현지 상황을 봐가며 철수할 예정이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이우(키예프)에서 시민들이 방공호로 사용되는 지하철역에 대피해 있다. 크이우=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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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생후 1개월 쌍둥이, 여권 없이 국경넘어
이날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체르니고프)에 거주하던 교민 A씨의 우크라이나 국적 배우자와 출생 1개월 된 쌍둥이 자녀 2명이 지난달 말 루마니아로 출국했다. 이들 가족은 당초 출국을 위해 한국인 국적인 쌍둥이의 여권 발급을 요청했지만, 규정상 대사관이 있는 수도 키이우까지 직접 와야 발급받을 수 있는 규정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육로로 이동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데다가 우리 국민인 남편은 한국에 체류 중이어서, 현지인 부인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키이우까지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관은 여권을 우편으로 보내주거나 긴급여행증명서를 이메일로 발급해주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지난달 24일 키이우 침공 소식으로 공관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실제 발급되진 않았다. 외교부 측은 체르니히우가 루마니아에서 가까워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었고, 이들 쌍둥이의 상황은 공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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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대러 제재 적극 동참”…우크라 외교장관과 통화
전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국의 인도적 지원 및 대러 제재 동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한국 정부가 총 10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 요청에 따라 우선 방호복과 구급 키트, 의료장갑, 의료마스크, 담요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쿨레바 장관은 어려운 시기에 한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연대 의식과 지지를 잊지 않겠다면서 사의를 표했다.
정 장관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유엔헌장과 국제법 위반으로 이를 규탄한다고 밝히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대러 제재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재차 밝혔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두 장관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하고, 상황이 안정되면 상호 교류와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 간 통화를 가급적 조기에 성사시켜 나가기로 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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