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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선 앞두고 목소리 높이는 靑…'말년 없는 정부' vs '선거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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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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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목소리 높이는 靑…"말년 없는 정부" vs "선거개입"



요즘 청와대는 대선을 앞둔 역대 청와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대선을 앞두고는 논란이 될까봐 대통령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발언도 자제하는 게 보통인데, 지금 청와대는 여전히 활발하게 일정을 잡고 메시지를 내보냅니다. 민감한 정치 이슈에 대한 입장도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평소에도 '말년 없는 정부'를 강조하는 만큼 5월 9일까지도 일하다가 짐을 쌀 것 같다고 말합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합니다.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우선 논란이 됐던 사례들을 한번 볼까요.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집권시 전 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었습니다. 특정 후보를 직접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달 25일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간 입장 차이가 있는 원전 이슈에 대해 "향후 60여 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문 정부의 원전 정책이 '급격한 탈원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3.1절 기념사에선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김영삼 대통령과 문민정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며 선거용 편가르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역 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문 대통령은 전북 군산에서 열린 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했는데, 당시 국민의힘은 "텃밭의 표심을 챙기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정하게 선거관리를 하라"고 논평했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달 TV토론에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청와대 참모가 "대한민국과 일본은 군사동맹이 아니다"며 직접 반박한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답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이재명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란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볼수록 '정당한 업무 및 권리'와 '선거 개입'을 가르는 경계는 참으로 모호합니다. <공직선거법 9조>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르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가' 두 가지가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놓고 따져보면 칼로 무 베듯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일례로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전 정권 적폐수사'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한 만큼, 당사자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 선거개입이 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언론의 비판 기사에 청와대가 해명하는 걸 '보도 개입'이라고 할 순 없는 것처럼, 현 정부 정책 비판에 입장을 내는 걸 무조건 '선거 개입'이라고 막을 순 없다"고 반박합니다. 공직선거법 취지가 대선 후보 외에는 모두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건 아닌 만큼 관련 발언을 했다는 것만으로 선거 개입이라고 보긴 어려울 겁니다. 과거 사례를 놓고 보면 그 모호한 경계가 조금 더 뚜렷해질지 모르겠습니다.

"배신의 정치 심판해달라"...역대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 살펴보니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한다"(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고 발언했었습니다.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고도 했었지요. 이런 정도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총선 34일 전인 2016년 3월 10일엔 대구를 찾아 동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시작으로 북구 국제섬유박람회, 수성구 스포츠문화사업 비전보고대회, 경북 안동 도청 개청식 등을 돌았는데요, 특히 도청 개청식에선 이른바 '진박' 후보로 분류되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하고만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당시 보수진영에서도 선거 개입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 57일 전인 2004년 2월 18일 청와대에서 경인지역 언론사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생길지 나도 정말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뒤인 2월 24일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을 노무현 뽑았으면 나머지 4년 일 잘하게 해 줄거냐, 아니면 흔들어서 못 견뎌서 내려오게 할 거냐는 선택을 우리 국민들이 해 주실거다"고도 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결정내렸고, 이후 탄핵 정국이 시작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총선 4일 앞둔 2008년 4월 5일 식목일 행사를 갔다가 돌연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MB 실세로 불렸던 이재오 전 의원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과 접전을 벌였던 지역이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은 출범 두 달 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취임 직후 부처별 업무보고를 전국을 순회하며 받았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총리가 강원도 출신이라며 "이번 내각은 강원도 내각"이라고 했고, 전북 군산에선 "군산은 제 2의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구미에선 공단 확대, 대전에선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 조기 착공 검토 등을 약속했습니다. 당시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선거 개입이 너무 노골적이고 구체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선판에선 이례적 선거 개입 논란…왜?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모두 총선을 앞두고 일어난 일들입니다. 근래 와서 대선에선 좀처럼 선거 개입 논란이 없었는데요. 대선을 앞둔 임기 말 대통령들은 특히 선거운동기간에는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메시지도 극도로 자제해왔기 때문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저렇게 노골적으로 행보한 걸 보면, 대선이라고 해서 선의로 일정과 메시지를 줄인 것은 아닐 겁니다. 한 여의도 인사는 "한 마디로 임기 말 대통령은 인기가 없어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임기 말엔 보통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찍기 때문에, 행보를 하는 게 오히려 여당 후보 표를 떨어뜨리는 것이란 판단을 한단 겁니다. 그렇게 보면 선거 기간 대통령이 업무를 최대한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고도의 '정치 행위'이고, 다른 형태의 '선거 개입'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이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문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을 부를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데에는 40% 넘는 높은 지지율이 영향을 줬을 거란 분석이 설득력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 대선이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친문 진영의 결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여당의 '기대'와 야당의 '의심'이 손뼉을 치듯 논란을 키우는 형국입니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불쏘시개 삼아 보수 결집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할 법 합니다.

그래서 투표일이 가까울수록 대통령의 행보는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앞서 살펴본 역대 사례와 같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보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예민한 정치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늘어나면, 선거개입 의도가 있든 없든 논란에 휘말리게 될것인데, 이것이 유권자들이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선거 100일 전에 했을 때와 선거 10일 전에 했을 때 그 파장은 다를 겁니다. 헌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는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하는 의무가 대통령에게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한 마디로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입니다. 설령 청와대 입장에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투표일 전까지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 고쳐 매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게 한 유권자로서의 바람입니다.
문준모 기자(moonj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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