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나토 가입 관련 “서방의 혼란스러운 관리부실”
서방 세계에 대한 푸틴의 과소평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보로얀카 마을에 러시아의 포격으로 파괴된 주거지 건물이 보인다. 2022.03.03/news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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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정윤영 기자,김지현 기자 =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2가지 엄청난 전략적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러시아 혁명사 연구에서 큰 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역사학자가 진단했다.
옥스포드대 명예교수이자 스탠포드대학 후버연구소 펠로우인 로버트 서비스는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실수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1월 10일 진행한 '전략적 파트너십 헌장' 서명을 들었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관련 “서방의 혼란스러운 관리부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담은 협정이 체결되자 우크라이나가 결국에는 나토에 가입할 것이란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서비스 교수는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 행위"였다며, 이로 인해 러시아 침공 준비가 곧바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교수에 따르면 당시 미-우크라이나 합의는 이보다 5개월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목도했던, '나토의 조건에만 부합한다면 나토 가입은 열려 있다'는 느스한 합의에서 크게 진전한 것이었다.
서비스 교수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서방의 "혼란스러운 관리부실(mismanagement)"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면서도 이것이 푸틴 대통령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분명한 예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들(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부정적 반응에 대해 어떤 준비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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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뮌헨안보대화에서 연설했던 2007년, 최소한 이 때부터 서방 세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그의) 분노"를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 4년 간의 총리 재임을 마치고 2012년 대통령으로 복귀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나토 문제는 협상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고 재차 분명히 밝혔다고도 언급했다.
이후, 2021년 7월,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언한 에세이를 작성했다. 푸틴 대통령은 에세이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하나의 국민"이라고 했다. 서비스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같이 말했지만 "이처럼 분노에 차서, 감정적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단순히 위성국가로서 우크라이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민주주의 발전이 미미한 이웃 슬라브 국가(우크라이나)에 생명을 불어넣을 여유가 없다. 그의 러시아 국민이 위험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방 세계에 대한 푸틴의 과소평가
서비스 교수는 두 번째 실수로 서방 세계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과소평가를 들었다. 그는 "푸틴은 서방 세계 그리고 자신이 서구의 타락이라고 칭하는 것들을 경멸한다"며 "서방은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난장판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 세계의 정상들은 "저급하고 경험이 미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20년 동안 권좌에 있었다"고 말했다.
서비스 교수에 따르면 푸틴은 이번 침공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서방 세계(의 반응)에 대해서도 식은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그는 4년 간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보다 뛰어났다"고 생각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임으로 서방 세계는 지휘하는 사람이 없다고 봤다.
서비스 교수는 "(그래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자신이 의도하지 않게 서방을 단합시켰을 때 놀랐을 것"이라며 "이것은 그가 원했던 것의 정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무모하고 평범하다"고 평가하며 "천재"라는 평가를 비웃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일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에서 도시 방어를 위해 우크라 시민들이 화염병 던지기 연습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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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교수는 "어떤 러시아 지도자가 독일의 군비 증가를 가능하게 만들겠나"라고 반문했다. 냉전 종식 이후 원칙적으로 군축 기조를 유지해왔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군비 증강에 올해 1000억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서비스 교수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국경에 군대가 결집하면 우크라이나 정부가 붕괴될 것으로 봤다. 또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2019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과소평가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 성향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지속되면서 정전 협상을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등 4자 정상회담이 파리에서 열렸다.
당시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줄곧 젤렌스키 대통령의 본명 대신 "키이우(키예프) 정권의 수장", "신나치주의 및 마약중독 조직의 대표"라고 칭했다고 한다.
서비스 교수는 또한 푸틴 대통령을 이해하는 핵심은 그의 확고한 신념이라면서 그는 러시아가 "위대한 글로벌 강국"이며 러시아의 영향력은 가능한 옛 소련 때만큼 확장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푸틴 제거가 근본적 해법
서비스 교수는 러시아의 침공이 2주째로 접어들면서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항복(subjugation)으로 끝날 수 있는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명 사회운동가 겸 예술인 옐레나 오시포바(77)가 반전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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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깨부수면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화를 얻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안정시키는 일은 러시아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끝내는 유일한 길은 "푸틴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교수는 그중 하나로 "(크렘린) 궁 쿠데타"를 들었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무척 낮다"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두 번째는 대규모 시민 봉기다. 그는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난의 결과로 (러시아 전역에서) 거리 시위가 급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쿠데타가 성공하기 위해선 러시아 권력층에 분명한 불만이 있어야 한다. 서비스 교수는 러시아 정교회가 아직 전쟁을 비난하지 않았고, 연방정부 예산기관 과학아카데미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득권층은 대체로 잠잠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배 엘리트들의 "개인적, 집단적 이익"은 위태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로 인해 그들은 프랑스 리비에라로 여행갈 수도 없고, 자녀들을 영국 이튼스쿨로 유학 보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는 진압하기 어려운 시위를 보게 될 수 높다고 서비스 교수는 진단했다. 그는 "특히, 경찰 스스로가 억압해야 할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교수는 러시아인들은 피정복 우크라이나인들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20세기를 거치면서 민족의식이 높아졌고, (과거) 소련에 예속됐을 때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지켜본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1930년대 초반, 스탈린 치하의 소련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발생한 대기근 홀로도모르로 수백만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숨진 사례를 언급하며 "그들은 역사가 반복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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