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증팀 보내 현장 기록…"증거 영상 세계에 보여줄 것"
파괴된 무기 잔해 조사하는 우크라이나 안전요원들 |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크라이나가 폐허 속에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송을 위해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폭격 피해 현장에 영상 채증팀을 파견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이우(키예프)에서 남서쪽으로 약 10㎞ 떨어진 마을에서 만난 군 영상 촬영자 세르히 리셴코 씨는 WP에 "이것은 러시아의 범죄를 기록하기 위한 것 이상"이라며 "우리는 ICC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와 동행한 미콜라 메딘스키 씨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왔지만 동시에 우리 언론이 평화로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 범죄의 또 다른 증거로서 이 영상을 세계에 보여주길 원한다"고 요청했다.
리셴코 씨와 촬영 중인 곳은 지난 4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이호르 모하예프(54)씨의 집이었다.
모하예프 씨는 오른뺨이 시퍼렇게 멍이 든 얼굴로 비틀거리며 무너진 집 위를 걸었다. 멍한 표정의 그는 폭격으로 산산조각이 난 채 먼지로 뒤덮인 가재도구를 들춰봤다.
그는 이번 공습으로 집과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 딸을 잃었다. 손자 중 2명은 무너진 잔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평소 11명이 거주하지만 하필 폭격 당일 키이우에서 온 딸의 가족을 비롯해 그의 조카, 조카의 남자친구 등까지 집안이 꽉 찼다고 했다.
공습 당시 식료품 등을 사러 나갔던 그의 아내와 어머니 등은 차 안에서 숨졌다. 열두 살짜리 딸 마샤, 조카의 남자친구도 모조리 목숨을 잃었다.
폭파된 교량 아래 임시통로 통해 피란하는 우크라 주민들 |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국제법상 전쟁범죄다. 군사적인 공격이라도 민간인 사상자 비율이 매우 높으면 전쟁범죄가 된다고 WP는 해석했다.
의료시설, 학교, 기타 주요 민간 시설, 군사 목적이 아닌 무방비 상태의 마을과 주거지에 대한 공격도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런 범주에 해당하더라도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몹시 어렵다. 가해자의 '고의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WP는 전했다.
모하예프 씨 마을이 왜 공습의 표적이 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직 없다.
리셴코 씨는 "러시아군 전투기 조종사가 오직 앙심을 품고 주택가를 폭격했다"며 "단순히 탄약을 없애고 싶었다면 근처 숲이나 들판에 발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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