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확진자 26만여명 중 절반이 최근 한주새 나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한 코로나19 검사소 |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대표적 모범 국가로 꼽혀온 뉴질랜드도 강력한 전염력을 가진 오미크론 변이에는 힘을 못 쓰고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 자료를 보면 8일 0시 기준 뉴질랜드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2만3천913명으로 집계됐다. 일일 확진자 수는 2주 만에 10배로 크게 늘었다.
인구 500만의 뉴질랜드의 누적 확진자 26만4천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최근 1주일새 나왔을 만큼 확진자가 이번달 들어 급증했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강력한 방역 정책이 오랫동안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이를 뚫고 빠르게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로 뉴질랜드 국민은 최근 경험해보지 못한 삶에 직면했다.
현지 오타고대학 마이클 베이커 교수는 "최근까지 내가 아는 코로나19 감염자는 외국에 사는 사람뿐일 정도로 팬데믹은 다른 나라 얘기였기 때문에 최근의 확산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초기 처음 확진자가 나왔을 때 신속하게 국경을 봉쇄하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 '방패', '요새'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이를 통해 이후 줄곧 감염자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유지했고 사망자도 지금까지 65명에 불과했다. 존스홉킨스대 자료를 보면 뉴질랜드의 코로나19 치명률은 0.027%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는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새 학기가 시작된 고등학교는 재택수업을 하고 격리해야 하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급증한 탓에 붐비던 수도 웰링턴 거리는 텅 빈 것처럼 한산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현재 세계에서 1인당 일일 감염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현재 완치자를 제외한 활성 환자 수는 전체 인구의 4%인 19만2천여명에 이른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
이에 따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7일 뉴질랜드에 대해 코로나19 여행경보를 '4단계 :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하고 자국민에게 여행을 피해달라고 권고했다.
기존 방역 정책이 오미크론 변이 차단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뉴질랜드 정부도 다른 나라처럼 '코로나와 공존'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외출이나 여행 제한조치는 모두 해제했고 지금까지 외국에서 입국하는 국민을 2주간 호텔 등에서 격리하게 한 규정도 격리시설이 부족해지자 자가격리로 바꿨다가 이마저 폐지했다.
아던 총리는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이 이달 하순께로 예상된다며 관광객의 입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르게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반으로 사망자수를 유지하면서 오미크론 변이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뉴질랜드에서는 12세 이상 국민 95%가 백신을 접종했고, 성인 70%는 추가접종(부스터샷)도 마쳤다.
오타고대학 베이커 교수는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은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유익하다. 이를 통해 끔찍한 결과를 피하면서 백신 접종률을 높였다"며 "지금이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는 최적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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