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가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황폐화된 모습. [AFP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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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뿐 아니라 세계의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식품업계와 소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미 양국에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식자재 가격이 오름세인데 장기화하면 국내 소비자 부담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9% 상승한 140.7포인트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곡물가격지수는 3.0% 올라 144.8포인트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4.8%가 올랐다.
특히 밀과 옥수수는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출 불확실성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기준 세계 4위 밀·옥수수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 6위 옥수수 수출국이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두 국가 간 충돌이 길어지면서 국내 식품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지면 원가 상승이 빚어지기 마련인데 식품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를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삼양식품과 오뚜기, 롯데제과, 해태제과, 교촌치킨,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피자스쿨, bhc치킨, 버거킹,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를 인상했고, 최근에는 주류업계도 제품 출고가를 일부 인상했다.
양국 간 분쟁 이전부터 소비자물가가 조정된 건 국제 물류대란과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105.30(2020년 100기준)으로 5개월째 3% 상승을 이어갔는데 3월 중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더 오를 수도 있다.
이달 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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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관계자는 2월 소비자물가와 관련, "국제유가나 곡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 요인이 가세하면서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다음 달에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분쟁이 길어지면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3달 치 정도 비축분은 있어 당장 우려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지 농가에서 제때 수확을 못 하거나, 물류를 들여올 바닷길이 막힐까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상 운송의 경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많은 물량을 들여올 수 있다"며 "운송이 어려워져 부득이하게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면 기업 차원에서 부담할 비용이 커지고,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가공식품 가격이나 외식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107.39(2020년 100기준)로 전년보다 6.2% 상승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상태가 전면전으로 확산하면, 두 나라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불균형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서방 경제제재 수위 상향시 글로벌 교역 위축도 우려되는 등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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