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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글로벌 중앙은행, 금리인상 연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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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상품가격 고공행진 지속…유가 장중 130달러

유럽·미국, 물가상승률 5% 이상…당분간 지속될 듯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점증…글로벌 성장 전망치 하향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세계 경제는)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에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와 비슷하다. 러시아 사태에 내가 직접 노출되지 않았을 수는 있지만 나와 연관된 다른 누군가가 노출되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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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표시된 휘발유가격.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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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이었던 크리스토퍼 스마트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같이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세계 경제는 원유와 곡물, 원자재 등 상품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2년여의 코로나19 시기가 지나고 양적완화에서 긴축 기조로 돌아서려던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잘못 사용할 경우 자칫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물가 안정도 여전히 중앙은행의 책무 중 하나다.

유럽·미국 물가 급등…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이어져

유럽과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 2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5.8%를 기록하며 ECB(유럽중앙은행) 목표치의 약 3배에 달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7.5%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 조사에서는 10일 발표될 2월 물가도 7.2%로 관측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로 본다 해도 5.2%에 이른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는 등 나날이 치솟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19.40달러에 마감하며 2008년 9월 이후 13년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139.13달러까지 올랐다. 서방국의 강력한 러시아 경제제재로 배럴당 140달러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밀 선물가격도 70% 넘게 급등하는 등 전세계 곡물값과 원자재값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우려를 높이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정부지출 축소로 미국보다 경기회복 탄력도가 낮았는데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전쟁 이후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를 최대 2%포인트 낮췄다. 7일 유로화 가치는 달러 대비 1.08달러로 5년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로존 중대형 주식 인덱스인 MSCI EMU는 1월 이후 20% 하락해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 하락률인 10%보다 더 큰 폭으로 밀렸다.

유럽 외에 미국과 아시아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방국들의 러시아 제재 이후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관계를 끊고 있고, 이에 따라 러시아 수출입은 모두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체인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전세계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가계지출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바클레이즈와 JP모건 체이스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하향하는 한편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포인트 높여 잡았다. 바클레이즈는 “상품값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 회피 심리 강화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암시한다”며 “유럽이 미국보다 취약할 것이고 영국은 그 사이 어딘가에, 그리고 중국이 가장 적게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세계 중앙은행, 금리인상 속도 조절 나설 듯

세계 경제가 1970년대 주요국에서 나타났던 고물가·저성장 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시기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살만 아흐메드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글로벌 매크로헤드는 “상품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과 저성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러시아로부터의 현물 흐름이 앞으로 수일 혹은 수주간 큰 차질을 빚을 경우 유럽의 경기침체 리스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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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의장.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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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의 금리인상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ECB 관계자들은 오는 10일 열릴 통화정책회의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ECB가 올 연말까지 최대 0.1%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았다. 이달 들어 유로존 투자자신뢰지수는 17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미 연준은 예정대로 이번 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해 사실상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제퍼리스의 최근 보고서는 “연준은 3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으며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고든 모건 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7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정학적·경제적 리스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일련의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 압력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거침없는’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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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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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인 스틸리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과 영란은행(BOE), 캐나다은행은 처음 계획보다는 더디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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