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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강골검사'에서 대통령 되기까지…윤석열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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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을 키운 건 국민이었다고 외쳤습니다. 사실상 검사 외길이었던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국민의 역할이 컸다는 건데요.

강골 검사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윤석열 당선인이 걸어온 길을 노진호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정갑윤/새누리당 의원 (2013년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 :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 :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새누리당 의원 :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건 아니에요?]

[윤석열/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 :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권력자에게 줄서지 않는다는 이 한마디가 '검사 윤석열'을 '대선후보 윤석열'로 키웠습니다.

그리고 후보 윤석열은 이제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으로 선택받았습니다.

국민이 긴 고심 끝에 사상 첫 검찰총장 출신 후보에게 5년을 맡긴 겁니다.

'평생검사' 윤석열

윤 당선인은 26년 동안 검사였습니다.

중간에 1년간 잠시 변호사를 한 걸 빼곤 내내 검사로 산 겁니다.

검찰 내에선 '강골'로 통했습니다.

특수부 검사로 거물급 인사를 줄줄이 구속시켜서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검사를 꿈꾼 건 아니었습니다.

경제학도를 꿈꿨지만…

1960년생인 윤석열 당선인은 서울에서 나서 자랐습니다.

어린 윤석열을 친구들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신용락/변호사 (고교·대학 친구) : 선생님이 '안 적어내는 놈은 기합준다', 애들 좀 공부 분위기 잡는다고 '수업 면학 분위기 방해하는 애들 적어내라' 그런 게 있었죠. 그런데 그때 윤석열 이 친구는 제 일기장을 보니까 걔는 백지를 적어냈던 것 같아요.]

성장 과정에선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소득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통계학계의 원로입니다.

이 때문인지 윤 당선인도 처음엔 경제학도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대입을 앞둔 아들에게 윤 교수는 "구체성 있는 학문을 하라"고 조언했고, 윤 당선인은 법대로 진로를 바꾸게 됩니다.

당시 윤 교수가 건넨 책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를 강조한 이 책이 자신에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단 게 윤 당선인의 설명입니다.

전두환에 무기징역을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당선인의 대학생활은 전두환 권력기와 겹칩니다.

이 시기 윤 당선인은 민주화운동에 나서진 않았습니다.

대선국면에서 민주당과 86세대로부터 공격을 받은 지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서울대법대 '형사법학회' 회원으로 모의재판에서 판사를 맡아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은 있습니다.

[배진한/변호사 (대학 친구) : 그 기세등등한, 어떻게 보면 점령군인데…점령군 최고위자를 법정에 세우고 재판장 역할을 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그 당시에 학교 내에 프락치들도 많이 들어와 있었고, (이후 윤석열 당선인은) 외가가 있는 강릉 쪽으로 피신해 있었고…]

'사시 장수생' 윤석열

윤 당선인은 사법시험 준비를 오래했습니다.

1982년 1차에 붙은 뒤 2차에 붙기까지 9년이 걸린 겁니다.

1994년 검사로 임용됐을 때 대학동기들은 이미 '중견 검사'였습니다.

그래도 당시를 웃으며 얘기하곤 합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2022년 2월, 유튜브 '윤석열') : 저희 아버지는 제가 고시 떨어지고 이래도 또 저녁에 들어오셔서 아버지가 반주하시면 저도 조금 얻어 먹고…'너 고시 공부 언제 하냐' 이런 얘기를 또 잘 안 하세요.]

늦깎이 검사였지만, 대학동기 중 검찰총장이 된 건 윤 당선인 하나뿐입니다.

찍혀서 떴다

특수통 윤석열 검사는 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 격랑에 휘말립니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국정원 댓글 사건.

이 사건의 특별수사팀을 이끌다 겪은 검찰 지휘부의 수사 방해를 국감장에서 폭로하면서입니다.

[윤석열/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 (2013년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 : 이 수사를 지휘하고 책임져야 되실 분이 이런 식으로 하시는 그 이유가 저는 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 일로 수사권을 빼앗긴 윤 당선인은 한직을 전전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윤 당선인을 정치의 길로 이끈 게 바로 당시의 고난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윤석열 역할론이 불거졌습니다.

그리고 대전고검에 내려가있던 검사 윤석열은 실제로 복귀합니다.

특검이 열리고, 수사팀장으로 참여한 겁니다.

촛불집회의 열기는 특검 전체, 그리고 윤 당선인에 대한 응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광화문 집회 (2016년 12월) :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그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윤 당선인이 결국 검찰의 수장, 즉 총장에 오릅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 임명식 (2019년 7월, 청와대) :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우리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그런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바라고요.]

'조국 때' 갈라서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으며 검찰총장 윤석열은 다시 한번 정부와 충돌합니다.

입시비리와 뇌물수수 혐의로 조국 전 장관을 검찰이 기소한 겁니다.

"과잉수사다", "아니다. 성역없는 수사다" 여론은 둘로 찢어졌습니다.

['조국 수호' 집회 (2019년 9월) : 조국 수호, 조국 수호.]

['조국 구속 요구' 집회 (2019년 12월) : 윤석열 최고, 윤석열 잘했다.]

민주당 출신 추미애 법무장관이 임명되면서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2020년 10월, 대검 국정감사) :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 윤석열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갖고 있는 정의감(은 무너졌다.)]

[윤석열/검찰총장 :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니십니까? 과거에는 저에 대해서 안 그러셨잖습니까?]

정치권 진출 가능성을 처음으로 밝힌 것도 이런 갈등의 한가운데서였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 그 방법에는 정치도 들어갑니까?]

[윤석열/검찰총장 : 글쎄, 그건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임기 142일을 남기고 총장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베테랑 검사, 초보 정치인

총장 사퇴 117일 만에 윤 당선인은 정치인으로 변신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사에 전례가 없는 검찰총장의 정치권 직행.

또다시 여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비판과 "뭐가 잘못됐느냐"는 옹호로 냉정하게 갈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시작된 정치 초보의 발걸음 앞엔 진입장벽도 높았습니다.

치열했던 경선.

또 당 대표와의 반목까지 거치고 나서야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2021년 12월 2일, JTBC '뉴스룸' 인터뷰) : 저에 대한 굉장한 모욕이고, 실패한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2021년 12월 4일) : 우리 이준석 대표께서 이런 옷을 입고 뛰라고 하면 뛰고, 이런 복장으로 어디에 가라면 제가 가고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선후보 윤석열은 정치권에 뛰어들면서부터 상식과 정의를 얘기해왔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2021년 6월,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 :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국민의 선택에도 상식과 정의가 무너져내리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습니다.

이걸 다시 세우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이제 그 시험대가 펼쳐집니다.

(영상취재 : 박대권 / 영상디자인 : 신재훈·최석헌·홍빛누리 / 영상그래픽 : 한영주·김정은·박경민)

노진호 기자 , 장후원, 방극철, 조용희, 이지혜, 박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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