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예술가 등 생계불안·반체제인사 단속 우려
"선전전 숨막힌다" "여기서 애 못키운다" "약 없어 목숨 위험"
지난 6일 모스크바 전쟁 반대 시위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 주민들이 밖에서는 서방의 제재가 쏟아지고, 안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억압이 심해지면서 속속 국외로 탈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렇게 정치적, 경제적 공포에 떨다가 러시아를 떠난 주민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근까지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WSJ은 추정했다.
이는 러시아에 침공당해 피란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주민이 200만명에 달하는 것과 견줄 수 없기는 하지만, 앞으로 러시아에서 쏟아져나올 탈출 행렬의 전초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탈 주민 중 상당수가 전문직, 부유층, 언론인, 활동가, 예술인이라고 WSJ은 짚었다.
미국계 회사에 다니던 36살 여성은 고국인 러시아를 떠나 그리스로 향했다. 이 여성은 "앞날이 이 지경이라면 러시아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러시아를 등져야 하는 주민도 있다.
한 남성은 곧 부인이 맞아야 하는 인슐린이 동날 것이란 걱정에 국경을 넘어 독일로 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안방 여론 단속도 점점 저항을 사고 있다.
전쟁 지지 'Z' 간판 설치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 |
이스라엘로 떠나려 한다는 한 남성은 "전쟁 선전전에 숨이 막힌다"고 규탄했고,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던 여성은 풀려나자마자 짐을 싸서 아르메니아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실제로 러시아 밖으로 가는 육로는 북새통이라고 한다.
핀란드 헬싱키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열차와 버스 표가 이미 매진되면서 당국은 증편 계획을 세웠다.
2월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들어간 인원은 4만4천명으로, 지난해 2만7천명에서 껑충 뛰어올랐다고 당국은 집계했다.
또 터키, 조지아, 아르메니아처럼 러시아 국민에 비자 규정이 느슨한 국가로 가는 사람도 많다고 WSJ은 전했다.
조지아 당국은 최근 며칠 사이에 입국한 러시아인을 2만∼2만5천명으로 집계했고, 이스라엘도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인에게 발급한 비자가 1천400건이라고 밝혔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일부 러시아인은 푸틴 대통령이 곧 계엄령을 내려 국경을 폐쇄하고 검열도 강화할까봐 걱정한다.
푸틴 대통령이 여론에 재갈을 물리고 비판 세력을 탄압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최근엔 이른바 '가짜' 정보 유포 혐의로 최고 15년 징역형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까지 의회를 통과했다.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서 무기한 체류 중인 한 남성은 "우리는 그것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금지당했다"고 규탄했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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