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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갓 태어난 아기도 있을텐데…산부인과까지 폭격한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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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응급구조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상을 입은 한 임산부를 급히 옮기고 있다. 이날 마리우폴시 당국은 어린이병원·산부인과병원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임산부·병원 직원 등 최소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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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를 위한 임시 휴전 기간에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의 어린이병원과 산부인과병원을 폭격하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일주일 넘게 러시아군의 포위로 고립돼 있는 마리우폴에서는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 지원을 받은 정부군의 포위 공격으로 수만 명이 사망한 '알레포의 비극'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CNN,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마리우폴의 산부인과병원과 어린이병원에 대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임산부와 직원 등 최소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포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3차 평화회담을 하면서 민간인 대피를 위해 합의한 '임시 휴전' 기간에 이뤄졌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공중에서 병원에 수차례 폭탄을 투하했다"며 "아이들이 치료받던 의료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성토했다. 마리우폴시 당국은 현재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한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규탄하며 서방에 대러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에서 "산부인과병원을 폭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대량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유럽인들은 마리우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도 "가해자들은 지옥에서 불탈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다. 우크라이나의 영공을 폐쇄해달라"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공을 러시아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주일 넘게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생지옥'이 됐다. 식수와 전기, 가스 공급이 끊기고,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어지고 있어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CNN은 복수의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마리우폴에서 이날까지 민간인 약 13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마리우폴시 중심부 묘지에는 숨진 주민과 군인이 집단 매장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포격으로 수습되지 못한 시신도 많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이 2012년부터 약 4년 동안 벌어진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의 포위 공격으로 폐허가 됐던 '알레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8일 세르게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푸틴의 전쟁 스타일은 알레포와 같다"며 "며칠 안에 시리아의 도시처럼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와 수미, 에네르호다르 등 3개 도시에서 확보된 대피로를 통해 약 3만5000명의 피란민이 탈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리우폴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볼노바하 등 다른 도시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금지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생화학무기를 개발한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획적이고 정당하지 못한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명백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양국 간 외무장관 회담이 10일 열렸으나 별다른 소득 없이 1시간 30분 만에 결렬됐다. CNN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마리우폴에서의 24시간 휴전과 민간인 피신을 위한 대피로 확보를 요구했지만 러시아의 소극적인 태도로 관철되지 못했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에 다른 결정권자가 있는 것 같아 진전을 보지 못했다"라며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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