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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사람에게 충성 않던 강골 검사, 국민의 머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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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교수인 학자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득 불평등을 연구해온 저명한 경제학자다. 이화여대 교수였던 어머니는 결혼 후 학교를 그만뒀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윤 교수는 강단 있는 원칙주의자로 유명했다. 부친의 가르침은 윤 당선인에게 이어졌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대학생 때 친구들과 남의 밭에 들어가 콩을 서리해 먹은 일이 있었다. 윤 교수는 “농부가 힘들게 지은 농작물을 재미로 훔쳐서는 안 된다”며 마당에 있는 호스로 윤 당선인을 매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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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윤 당선인이 대학에 입학한 해는 혼란의 시기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신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1980년 법대 선배들이 기획한 모의재판에서 윤 당선인은 재판장을 맡아 신군부 쿠데타의 주역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일이 문제가 되면서 그는 3개월 동안 강원도 친척집으로 피신해야 했다.

사람 챙기는 것과 술자리를 좋아하고 오지랖도 넓은 편이었던 윤 당선인은 사법시험 2차에 번번이 미끄러졌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친구 조부모가 상을 당하면 상여를 메고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고 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의 살아 있는 전설로 여겨지며 그에게 붙은 별명이 ‘신림동 신선’이다. 윤 당선인은 사시 9수 끝에 1991년 합격했다.


윤 당선인이 검찰 생활을 시작한 건 34세였다. ‘강골’ 기질이 처음 드러난 건 1999년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경찰 실세인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2002년 잠시 검찰을 떠나 1년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가 다시 검찰로 복귀한 윤 당선인은 2003년부터 권력 중심부를 타격하는 대형 수사를 맡아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맡아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는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2011년엔 부산저축은행 사태 수사를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윤 당선인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사건은 2013년 벌어졌다.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첫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윤 당선인은 본디 스타일대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을 정조준했다가 검찰 수뇌부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업무에서 배제됐다. 윤 당선인은 이틀 뒤 국정감사장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나’라고 말했다”며 정권과 검찰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것도 이 자리였다.

윤 당선인은 이 일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됐다.

하지만 3년이 채 되지 않아 윤 당선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특검으로 수사하라는 국민의 압력이 거세졌다. 박영수 특검에 윤 당선인은 수사팀장으로 합류했다. 특검 수사가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마무리되면서 윤 당선인은 ‘국민 검사’라는 호칭을 얻었다.

2017년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 내 핵심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윤 당선인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쳐 전 정권에서 수사를 방해했던 검사들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2019년 7월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윤 당선인이 ‘검찰개혁’의 주역이 돼 주기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기대와 달리 전개됐다. 딸의 입시 비리 의혹 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터져 나왔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국민 여론은 극명히 나뉘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 당선인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였다.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강경하게 윤 당선인을 몰아붙였다. 검찰 인사를 단행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을 대거 교체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임을 받으며 검찰총장이 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정권의 공적으로 몰렸지만, 그 반작용으로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걸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총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11월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9일 마침내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 1960년 12월 18일 서울 출생

● 충암중·고, 서울대 법대

● 사시 33회

●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

● 대구고등검찰청 검사

●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이정봉·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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