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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尹 앞 ICBM 흔든 김정은…한‧미 "허튼짓 말라" 이례적 사전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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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이 지난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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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부가 11일 최근 북한이 ‘정찰위성’ 능력과 관련해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로 평가했다. 기존 알려진 것처럼 준중거리가 아닌 신형 ICBM 시험발사였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대선 직후를 노린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에 대한 공개 경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대형 로케트 발사”를 염두에 둔 준비를 지시했다.



이례적 정보판단 공개 왜?



한‧미 국방부는 이날 오전 “한‧미의 정밀 분석 결과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때 북한이 처음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당시 심야 열병식에서 2017년 시험발사했던 화성-15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훨씬 큰 신형 ICBM(화성-17형)을 선보였다.

양국 국방부는 또 “최근 두 차례의 시험발사가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탄도미사일을 쏜 뒤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를 시험했다며 사진을 공개했고, 지난 5일 발사 뒤에는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입장문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6시 무렵 양국 국방부에서 거의 비슷하게 발표했다. 분석에 대한 발표 내용은 동일했다. 다만 한국은 북한에 대화 호응을 촉구하고, 미국은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가 최근 서해에서 ISR(정보·감시·정찰)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역내 BMD(탄도미사일 방어) 대비 태세를 상향한 점을 언급하며 연합 방위력을 보다 강조했다.

한‧미가 이처럼 정보 판단을 공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을 노린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한 사전 경고 성격이 짙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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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7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뒤 공개한 사진. 발사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지구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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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양국 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북한은 최근 두 차례 미사일 시험발사의 구체 체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런 미사일 추가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미의 발표가 이뤄진지 약 두 시간 뒤 일본 방위성도 북한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한 미사일이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과 같았다고 발표했다.



北, 인수위 기간 중 도발할 수도



이와 관련, 북한이 4월 중 실시될 수 있는 한‧미 연합훈련과 올해 110주년인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태양절) 등을 도발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파기를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4월은 새 정부를 위한 인수위원회가 가동 중일 시기로, 북한이 실제 ICBM 도발 등을 감행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첫 안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에 한‧미가 선제적으로 연합 방위력과 동맹의 공고함을 부각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ICBM 관련 동향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으며, 어떤 도발도 동맹의 단호한 대응을 맞닥뜨릴 테니 허튼짓하지 말라는 경고나 다름없다.

특히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 동맹의 재건 및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윤 후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다시 확인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보면 선거 당일 밤에 통화가 이뤄진 셈인데, 한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이런 전례 없는 신속한 통화는 백악관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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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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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과의 공동 발표에 앞서 고위 당국자가 직접 나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전화로 진행된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미국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 진전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실제 ICBM 도발에 나서기 전부터 응징하는 선제적 제재 조치인 셈이다. 미사일 부품 반입과 관련한 인물이나 기관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김정은, ICBM 발사장 확장 지시



하지만 한‧미의 이런 노력을 통해 이미 ‘마이 웨이’를 선언한 김정은 위원장의 도발 시도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날도 ICBM 시험발사 재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ICBM 발사가 가능한 서해 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했다. 통신은 “총비서 동지께서는 앞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비롯한 다목적 위성들을 다양한 운반로케트로 발사할 수 있게 (발사장을)현대적으로 개건 확장하고 발사장의 여러 요소들을 신설할 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셨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이 “대형 운반 로케트들을 발사할 수 있게 발사장 구역과 로케트 총조립 및 연동시험 시설, 위성 연동시험 시설들을 개건 확장하고, 연료 주입 시설과 보급 계통들을 증설하고, 발사 관제 시설의 요소들과 주요 기술 초소들을 현대적으로 개건 확장할 데 대한 과업”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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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 했다고 1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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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은 전날도 김 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한 사실을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최근 진행한 정찰위성 중요 시험들을 통해 항공우주 사진 촬영 방법, 고분해능 촬영장비들의 동작 특성과 화상 자료 전송계통의 믿음성을 확증한 데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 직후 연이어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한 움직임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자신들이 정해놓은 시간표에 따라 군사적 긴장 고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북한은 이전에도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2018년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폐기를 약속한 뒤 발사대 해체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에 이르자 북한은 2019년 12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를 중대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재가동을 확인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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