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노동 공약 '최저임금 제도 개편'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일부 선진국은 이미 시행 중
지역 '낙인효과' 부작용 우려 만만찮아
전문가 "국내 산업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 고려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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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법정 최저임금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로 차등 적용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른바 '최저임금 차등제'는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같은 나라 안이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실업률·평균 임금 등 세세한 수준에 차이가 있으니, 최저임금도 이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최저임금 차등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 줄 필요한 개혁이라는 옹호론이 나오는가 하면, 사실상 노동자를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차별 대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발도 있다.
◆尹 당선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똑같은 월급 줄 수 있겠나"
윤 당선인의 노동 공약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대표적인 노동 관련 공약으로는 '주52시간제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이 있다. 전자의 경우 노사가 합의하면 일부 업종만 최대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이며, 후자는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거리 유세에서도 여러 차례 노동시장 유연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7일 경기 안양 유세에서 "우리나라 근로자가 2500만명 되는데, 그중 강성 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100만명 남짓(4%)이다"라며 "임금 올려주면 당연히 좋지만, 지급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기업과 똑같이 맞춰서 월급을 올리라고 해보라"라고 일갈했다.
이어 "4%의 노동자는 좋아하겠지만 자영업자·중소기업은 다 나자빠지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하겠다는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다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경기도 유세 당시 윤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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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최저임금이라고 하는 것은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정해놓은 금액"이라며 "4%가 올려달라고 해서 올려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대기업, 재벌기업 (노동자들은) 월급을 많이 받고 가장 좋은 여건하에 일한다. 거기에 연공 서열이 제대로 돼 있어서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월급이 쭉쭉 올라간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4%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저임금을 사업체의 여건과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하면, 고용 창출 능력이 위축돼 저소득 근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해외 일부 국가는 차등제 적용…'지방 격차 심화' 우려도
국내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함께 참여하는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법정 최저임금을 설정하는데, 경영계를 중심으로 업종·지역·기업 규모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해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차등제를 시행한 사례가 없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최저임금 차등제를 도입한 국가들이 일부 있다. 지난해 기준 시간당 20.33호주달러(약 1만8411원)의 최저임금을 책정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최상위권의 최저임금 제도를 보유한 호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호주는 연방 최저임금 지급 기준을 만 21세로 정하고, 그 이하 연령 근로자는 감면하는 방식이다. 또 노동자의 숙련도를 가장 낮은 단계부터 높은 단계까지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지난 2020년 도쿄 번화가의 일본 시민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를 경제 수준에 따라 총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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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물가·임금 수준을 기준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총 4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최저임금을 숙련도·지역별로 세세하게 구분하는 이유는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함이다. 기업·업종·지역에 따라 경기 활성화 수준에 차이가 있으므로 최저임금을 유연하게 적용해,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차등제가 오히려 지역 간 불평등을 악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운영해, 노·사·공익위원 추천 전문가 18명이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효과를 검토한 바 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은 ▲임금이 낮은 지역에 '낙인효과'를 부여하고 ▲최저임금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노동력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민통합과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정 필요해" vs "노동자 갈등만 커져" 시민들 갑론을박
시민들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경기 파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노동자 입장에서 반발이 클 수도 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개편"이라며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도 없고 접근성도 떨어지는데 알바생 월급은 서울과 똑같이 줘야 한다는 건 너무 부담됐다"라고 토로했다.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20대 B씨는 "일하는 업소가 자주 바뀌는 입장에서는 임금이 오르는 것보다는 일자리를 구하기 더 수월한 편이 이득이다"라며 "사장님이 돈을 못 버는 데 노동자 월급만 늘어날 수는 없지 않나. 어느 정도는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번다는 20대 대학생 C씨는 "지역별 차등을 두는 것은 완강히 반대한다. 상식적으로 지방이라는 이유로 월급을 적게 받으면 누가 이곳까지 내려와서 일을 하겠나"라며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만 더 심화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에서는 경영계·노동계가 함께 참여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 최저임금을 정한다. / 사진=연합뉴스 |
또 다른 대학생 D씨는 "동일한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등제는 함께 일하는 근로자들 사이의 갈등만 불러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국내에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됐던 때와 지금의 경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방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음 최저임금이 도입된 1988년과 지금 국내 환경은 크게 다르다. 산업은 훨씬 다양해졌고 기업 간 격차도 커졌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있는 도시와 농촌 등 지역 산업의 차이도 벌어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 모든 지역·업종 노동자들에게 완전히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선 최저임금의 도입 취지는 빈곤층을 돕는 것이 핵심"이라며 "당장 일자리가 부족한 농촌과 고령층, 빈곤층의 경우 높은 최저임금이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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