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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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사무실 빌딩에서 수돗물을 받아 마시거나 수돗물로 차를 끓일 때는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자가 거의 없는 주말과 휴일 동안 수도관에 고여있던 수돗물의 오염 수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퍼듀대 연구팀은 최근 '과학 공공도서관 워터 (PLOS Water)'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사무실 빌딩에서 주말 동안 수돗물이 정체되면서 오염물질이 초과 검출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2020년 1~2월 3주 동안 지은 지 10년 된 3층짜리 사무실 빌딩 내에서 12개 지점을 선정해 세균과 중금속 등 수돗물 수질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돗물 소독제 성분인 총 염소 농도는 주말 동안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염소 농도는 수돗물이 건물에 처음 공급되는 진입 지점에서 금요일에 최대 0.8ppm까지 측정됐지만, 월요일에는 절반 수준인 0.4ppm 안팎으로 떨어졌다.
옥내 배관의 경우는 금요일에는 최대 0.39ppm까지 측정됐지만, 월요일에는 모두 0.1ppm 미만이었다.
이처럼 소독제 농도가 떨어지면서 세균이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돗물 속의 총 세균 숫자는 유세포 분석기(流細胞分析, flow cytometry)로 측정했는데, 모든 시료 채취 지점에서 금요일보다 월요일에 훨씬 더 많이 측정됐다. 금요일에는 mL당 세포 수가 대체로 10만 개 미만이었으나, 월요일에는 10만 개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의 한 정수장에서 수질을 검사하기 위해 수돗물을 채수하는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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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넬라 세균 숫자 분석은 중합 효소 연쇄 반응법(qPCR)으로 세균의 RNA를 검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레지오넬라의 경우도 금요일보다는 월요일에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돗물 사용 기록이 전혀 없는 지점에서 가장 많이 검출됐다.
레지오넬라균은 폐렴과 발열 등을 나타내는 레지오넬라증의 원인균이다.
마시는 물의 경우는 끓이면 해결되지만, 레지오넬라에 오염된 수돗물로 샤워하는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세균뿐만 아니라 구리와 납 수치 역시 주말을 지나면서 건물 전체에서 증가했다. 건물 내에는 지하층에서 위층으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3개의 수직관이 있었는데, 그중 1개 수직관에 연결된 수도꼭지들에서는 구리 농도가 미국 음용수 기준치인 1.3ppm을 초과했다.
연구팀은 구리 기준치를 초과한 지점에서 수돗물을 흘려보내면서 오염 수치를 관찰했는데, 54분 동안 수돗물을 흘려보낸 다음에야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
수돗물을 흘려보낸 다음에도 19시간이 지나지 않아 구리 농도가 1.3ppm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용 전에 190L(50갤런)의 물을 흘려보내야 하므로 수돗물을 흘려보내는 것은 구리 오염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구리 등 중금속 수치가 높은 경우는 단순히 끓여 마신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절수형 수도꼭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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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친환경 건물의 경우 절수 기기 도입 등으로 물 사용량이 줄어들었지만, 수돗물 수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사무실 건물의 경우 주말에 물을 사용하지 않게 돼 월요일 아침에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추가적인 수질 문제를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수도관 부식을 방지하는 장치를 달거나 수도꼭지 등에 필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정기적인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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