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한 민주당은 오는 25일 이내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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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충격이 깊어져 가는 172석 거야의 물밑에선 때아닌 원내대표 선거를 위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대신 새 원내대표는 오늘 25일 이내에 조기 선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금세 10여명의 이름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5선 조정식, 4선 안규백, 3선 김경협·박광온·박완주·박홍근·이광재·이원욱·홍익표 의원 등이다. 계파간 대결 양상이 재연될 수 있는 구도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안규백, 김경협, 박광온, 박홍근,(이상 윗줄 왼쪽부터 차례로) 이광재, 이원욱, 홍익표 의원(아랫줄 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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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온, 홍익표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운 게 정치적 자산이다. 이 전 대표를 도왔던 한 의원은 “두 의원이 모두 뜻을 밝혔고 주말 동안 계속 소통했다고 들었다. 결국 1명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과거 박원순계로 분류됐지만 대선 경선 국면에서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비서실장을 맡아 이재명계의 일원이 됐다. 안규백·이원욱 의원은 정세균계, 김경협 의원은 친문 강경파로 분류됐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이광재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장 ‘이재명표 법안 처리’ 등 원내 현안 대응을 위해선 새 원내대표 조기선출이 불가피하지만 대선 패배 후 반성에 앞에서 계파 대결부터 벌어지는 모양새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이재명 그룹에서 하마평에 오른 조정식 의원 측은 “6월 지방선거의 경기지사 경선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입장이고 송영길 대표 체제의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박완주 의원은 한 언론에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계파 대결 조짐이 보이자 민주당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경선 방식 대신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익명 투표를 반복하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선거회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관철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11일 “편 가르기,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소개했다. 하지만 호남 지역구의 한 의원은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이름도 생소하고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원내대표를 뽑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12일 김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취지는 이해하지만 치열한 공론 형성 과정으로서 경선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국무총리 인준, 장관 인사청문회, 정부 조직 개편 등과 윤석열 정부 초기의 여러 국정과제 드라이브에 대응해야 되는 자리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반대만 할 경우 국민에게 ‘발목잡기’로 비쳐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쓸 위험이 크고 무조건적으로 협조하면 지지층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원칙 있는 협상’을 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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