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놔두면 간경변증 될 수도
좋은 식습관·운동으로 건강 유지"
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대사 질환의 발생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긴 젊은 여성의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조인영 교수와 데이터관리센터 류승호·장유수 교수팀은 여성의 생리 주기 변화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 위험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이처럼 밝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지방이 침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술을 전혀 안 마시거나 소량을 마실 뿐인데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많이 낀 상태를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만성 간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방간이 있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진행해 심각한 간 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치료에 승인된 약물이 없어 1차 치료로 체중 감량이나 식사·운동 요법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을 우선으로 한다.
정상 주기 여성보다 유병률 35% 높아
연구팀은 2011~2017년 강북삼성병원 종합건강검진 수진자 중 20세 이상 40세 미만의 여성 7만2000여 명을 분석했다. 생리 주기는 설문지를 이용해 조사했으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초음파검사 결과로 판단했다. 그 결과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40일 이상으로 긴 경우 정상 생리 주기를 가진 여성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이 약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팀은 이들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없는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약 4년간 추적조사했더니, 약 9%의 여성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생리 주기가
40일 이상으로 길거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한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발병률이 2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생리 주기가 비만이나 다낭성 난소증후군 여부와 무관하게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에 독립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강재헌 교수는 “불규칙한 생리 주기가 제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보고된 바 있으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유수 교수는 “생리 주기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호르몬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으려면 추가적인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다만 비교적 건강한 젊은 여성에게서도 생리 주기가 길거나 불규칙한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좋은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내분비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임상 내분비 및 대사 저널’에 게재됐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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